넷플릭스 탄 <설국열차>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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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10부작으로 쪼갠 탓일까. <설국열차>의 바퀴가 넷플릭스역에서 덜컹거린다. 무거운 주제에 빠른 스피드를 덧입혔던 봉준호 감독의 원작과 달리 속도감이 줄어드니 개성마저 줄어든다.

베일에 가려졌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기업 넷플릭스판 설국열차 1·2화가 지난 5월 25일 공개됐다. 등장인물을 재정비하고 126분 러닝타임을 각 편당 1시간 남짓한 10부작으로 나눴다. 길이가 늘어난 만큼 자세한 사건 구성, 인물 배치도 등이 조금씩 달라졌다. 계급의 부조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미스터리 살인사건을 엮어 스릴러 분위기도 가미했다.

넷플릭스 <설국열차>

넷플릭스 <설국열차>

하지만 뭔가 조금 아쉬운 뒷맛이 남는다. 아직 8편의 에피소드가 남았지만, 이미 공개된 에피소드에선 송강호·고아성·크리스 에반스·틸다 스윈튼 등 국적 뒤섞인 독특한 조합이 주는 묘한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형사 출신 레이턴(데이비드 디그스 분)을 주축으로 꼬리칸 사람들과 윌포드를 위해 일하는 멜라니(제니퍼 코넬리 분) 휘하의 유료 티켓 승객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리고는 있지만, 그저 평범한 미국드라마의 전형을 보는 느낌을 준다.

살인사건을 섞으니 ‘계급 부조리’란 원작 메시지의 강도도 희석된다. 중간중간 눈을 혹하게 할 만한 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원작의 재미에 비해 ‘훌륭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인물도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섬뜩한 메이슨 총리는 마치 이번 작품에선 둘로 쪼개진 듯 제니퍼 코넬리와 앨리슨 라이트가 나눠 연기한다. 특히 그 중심을 이끄는 제니퍼 코넬리의 존재감이 원작만 못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송강호가 맡은 ‘남궁민수’에 비견되는 인물은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남은 회차에서 레이턴 외에 또 하나 강력한 힘을 지닌 인물이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반응도 마찬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케이블채널 TNT에서 국내보다 먼저 공개됐고, 첫 회만 약 330만 명이 시청했지만 반응은 영화만큼 뜨겁진 않다. CNN은 “통속극 같다. 어리석음, 부자연스러운 상황, 이야기의 허점으로 인해 이 기차가 역에서 나가는 것을 방해한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액션은 진부하고 드라마는 상투적”이라며 “계급 분열·관료주의 등 사회적 상징을 영리하게 활용했으나 이들이 유기적으로 보일 만큼 설득력 있거나 논리 정연하진 않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영화 전문지 <인디와이어>도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아니라 TNT의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 역시 “원작 영화는 기차를 비현실적이고도 무서운 상징으로 사용했고, 드라마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실패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영화전문 사이트 IMDB와 로튼토마토 평점 역시 낮다. 각각 6.1점(10점 만점 기준), 63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LA타임스>는 “시의적절하고 신선한 직설적 선언이다”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다원 스포츠경향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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