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글로벌 스포츠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은 무려 211개국이나 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206개)보다 많습니다. 4년에 한 번 치르는 월드컵축구대회는 글로벌 TV 시청자(약 3억2000만 명)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계올림픽(약 3억6000만 명)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지난 5월 8일 전북 현대-수원 삼성 간 프로축구 개막전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윤은용 기자
단일 종목 스포츠 이벤트로는 축구가 최고입니다. 월드컵축구대회 결승전 시청자는 약 7억3000만 명입니다. 스포츠대회 세부 이벤트 중 1위입니다. 2위는 유럽축구국가대항전 결승전(약 2억9000만 명), 3위는 유럽축구챔피언스리그 결승전(약 1억7000만 명)입니다. 4위가 ‘올림픽의 꽃’ 육상 남자 100m 결선(약 1억6000만 명)입니다. 상금이 가장 큰 대회도 축구입니다. 1위가 유럽축구챔피언스리그(13억 달러)입니다. 월드컵축구대회(5억7600만 달러) 3위, 유럽축구국가대항전(2억4500만 달러) 4위, 유로파리그(2억3700만 달러) 5위입니다.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로축구)는 최고 글로벌 히트상품입니다. 연간 국내외 중계권 수익만 약 7조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프로축구(K리그)는 현재 전 세계 37개국에 중계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 축구리그가 대부분 중단됐습니다. 한국 축구는 코로나19에 잘 대처하면서 세계 축구리그 중에서 가장 먼저 막을 올렸고, 축구에 목마른 해외 팬들에게 소개됩니다. 지난 5월 8일 전북 현대-수원 삼성이 벌인 2020시즌 개막전이 BBC를 통해 영국에 생중계됐습니다. 트위터·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개막전 누적 시청자 수가 36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K리그가 ‘코로나 특수’를 계속 누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K리그의 경기 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세계 축구시장을 지배하는 리그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스페인)입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축구인지, 예술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함께 유럽 축구 빅5를 이루는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앙(프랑스)도 잉글랜드·스페인에 비하면 존재감이 옅습니다.
축구시장은 글로벌 경쟁이 이뤄집니다. 세계 대부분 나라가 TV를 통해 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를 볼 수 있습니다. 재미없는 경기를 볼 이유도 없고, 보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자국 리그보다 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영국과 스페인에 ‘헌납’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경쟁자도 많고 소비자 눈도 높은데 K리그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K리그에는 세계적인 선수도 없고 플레이 수준과 속도감, 정확성도 많이 뒤집니다. 냉정하게 K리그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경기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일 것입니다. 쉼 없이 뛰는 것,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 다시 뛰는 것, 쓸데없는 파울을 줄이는 것, 시뮬레이션 동작을 하지 않는 것,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 K리그가 기술에서는 해외리그를 따라가지 못해도 좋은 자세만큼은 마음먹기에 따라 가질 수 있으니까요.
K리그가 코로나19 이후에 세계 축구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리지 않고 용맹하고 끈질긴 강철리그로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