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독립 오픈 플랫폼에서 만난 ‘웹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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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 웹툰은 커질 대로 커졌고, 이제는 어떤 작품을 보아도 예전에 경험했던 것과 같은 괄목상대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웹툰 세계는 확고히 굳어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고사리박사 작가의 <극락왕생>을 만나고서야 깨달았다. 네이버를 위시한 대형 플랫폼이 거의 모든 독자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딜리헙이라는 작디작은 독립 오픈 플랫폼을 간과한 탓에 늦어진 만남이었다. 긴 이야기를 담기엔 지면이 부족해 짧은 소개만으로나마 독자들이 이 작품과 만날 자리를 주선하려 한다.

고사리박사 작가의 웹툰 <극락왕생> 이미지 / 딜리헙

고사리박사 작가의 웹툰 <극락왕생> 이미지 / 딜리헙

2018년 말엽 연재를 시작해 같은 해 출범한 딜리헙의 간판 작품이 된 <극락왕생>은 퇴마하지 않는 퇴마 버디 어드벤처물이다. 귀신이 나오지만 그들은 퇴마의 대상이 아니다. <극락왕생>은 첫 화부터 두 주인공을 통해 이를 명확히 한다.

지옥도를 관장하는 지장보살의 두 협시(부처 혹은 보살을 가까이서 모시는 자리) 중 하나인 도명존자는 자신의 관할도 아닌데 인간도의 당산역에 출몰하는 귀신을 물리치려 한다. 지장보살에게 인정받을 업적을 쌓으려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인간도를 관장하는 관음보살이 나타나 도명을 타이르고 꾸짖는다. 그리고 오히려 ‘당산역 귀신’과 1년을 함께 지내며 그를 극락왕생시키도록 명한다.

합정~당산 구간에서 나타나 눈이 마주친 인간에게 <낭만고양이>를 부르게 하던 ‘당산역 귀신’이 죽기 전 가졌던 이름은 박자언, 그는 스물여섯에 죽었다. 관음보살은 그를 한 해 동안 다시 살게 해주며 곁에 도명을 둔다. 자언은 그가 고3이었던 2011년을 다시 살게 되었지만, 귀신을 볼 수 있으며 도명과 함께인 채로다. 가족·친구들과의 인생을 다시 살며 자신의 이전과 이후를 반추하는 것과 함께, 한때 귀신이던 자언은 동병상련하듯 귀신들과도 ‘서로 돕는’ 관계를 맺는다.

이런 틀거리 아래 그려지는 둘의 성장담은 한 화 한 화가 특별하고 구체적인 감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좋았던 추억을 떠올려 그 좋음을 지속하고 싶어지며(2화), 엄마와 나의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애틋하게 되새기기도 하고(3화), 또 비밀을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속 깊은 친구를 그리게 되기도 한다(9화). 그래서 댓글 창은 이야기를 거치며 농익은 감정의 나눔으로 훈훈하다.

탄탄한 불교 지식을 작품의 설정으로 녹여내는 면모도, 여성 주인공들을 여성주의 서사이면서도 보다 폭넓은 보편의 이야기 속에 살게 하는 면모도 모두 원숙하고 지적이며 정갈하다. 물론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 화에 3300원이라는 낮지 않은 허들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기꺼이 결제하고 댓글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

괄목상대는 새로이 발견한 대상보다 새로이 보게 된 나에게 더 뜻깊을 일이다. 그래서 <극락왕생>을 처음 읽은 날은 <신과 함께>를 만난 날 못지않게 설렜다. 좋은 만남이 소규모로 내밀하게 펼쳐지는 저 이야기의 자리에서, 웹툰이라는 세계가 뻗어나갈 새 가능성을 발견했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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