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안이 이슈다. 가장 큰 관심은 통과 여부다. 그러다 보니 제출된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예산편성 실무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빚을 내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목표에 따라 공직자 연가보상비를 삭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했다. 공무원에 따라 깎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서가 있는 반면 더 주어야 할 만큼 일을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기계적인 발상조차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조사결과 모든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를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게 아니라 자의적인 기준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자의적인 기준으로 특정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만 전액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나 지방 국립병원이 포함돼 있다.
이 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는 전액 삭감된 반면 청와대·국회·국무조정실·인사혁신처·문화체육관광부의 연가보상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모든 연가를 사용할 수 있는 공직자는 손해가 없으나, 코로나19 대응 역할로 격무에 시달리는 공직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반발이 일어났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위한다기보다는 정치적 목표다. 형식적으로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F-35 전투기 매입 시기를 조절하거나 외국환평형기금 지출 축소로 회계상의 조절을 통한 숫자상의 재정건전성이다. 이런 예산편성은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안 된다. F-35 전투기 매입은 다음 연도에 지속되며, 국채를 발행해 2조8000억원의 외화자산을 매입하면 국채 발행량은 늘어나지만 재정건전성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금융성 채무에 불과하다.
기재부는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일부 부처의 연가보상비만 삭감했다고 해명했다. 인건비 규모가 크고 다른 재정사업이 추경안에 포함된 20개 부처만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가보상비 규모가 3억원에 불과하다. 재정사업이 없는 금융위원회는 삭감대상기관이고, 같은 정무위 소속인 국무총리실 등의 연가보상비는 삭감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대법원은 삭감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삭감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원칙이 없다.
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모든 부처의 연가보상비를 깎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악이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 공직자의 사기가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목표에 따른 기계적인 적용으로 인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일로 엘리트 공무원들에 의한 고도의 예산관리시스템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은 깨졌다. 이제 국민도 정보를 제공하면 판단할 수 있다. 공론장에서 판단하자. 슘페터는 “예산을 알아야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의 미래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