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스포츠 시계’가 멈췄다. 많은 리그가 중단되면서 구단과 선수들이 입는 피해가 크다.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축구,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입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첼시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4월 7일 흥미로운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EPL 20개 구단이 입고 있는 피해를 정리했다. 세계 축구에서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EPL인 만큼 구단들이 입는 피해액도 상당했다. ‘부자구단’으로 알려진 몇몇 팀은 천문학적인 금액 손실로 타격을 입었다. EPL 20개 구단이 입는 피해를 정리해봤다.
<데일리메일>은 손실 항목을 크게 중계권·티켓 판매·광고 3가지 분류로 나눠 순위를 매겼다. 3가지 항목을 합친 결과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맨유는 무려 1억1640만 파운드(약 1750억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중계권료로 4860만 파운드(약 731억원)의 손실을 보고, 광고 손실은 이를 능가하는 5080만 파운드(764억원)였다. 여기에 티켓 판매 1760만 파운드(약 264억원)를 더해 1억 파운드를 훌쩍 넘겼다.
가장 큰 손해는 맨유
EPL 20개 구단 중 총 예상 손실액이 1억 파운드를 넘긴 구단은 맨유를 포함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리버풀 등 3개 팀이었다. 맨시티는 1억930만 파운드(약 1644억원), 리버풀은 1억260만 파운드(약 1543억원)로 나타났다. 특히 맨시티와 리버풀의 경우 중계권료에서 5000만 파운드(약 752억원) 이상을 손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유나 맨시티, 리버풀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EPL을 대표하는 부자 구단인 첼시도 9100만 파운드(약 1368억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뜻 피해액만 보면 최근 리버풀이 보인, 명문 구단답지 못한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정도다. 리버풀은 지난 4월 4일 코로나19로 EPL이 중단된 데 따른 재정 압박으로 경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일부 직원에 대한 일시 해고 조치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틀 만에 피터 무어 리버풀 최고경영자(CEO)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해고 조치를 철회했다.
당시 리버풀의 행동이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은 해고 조치 자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리버풀은 해고 조치를 발표하면서 해고된 직원들의 급여를 100%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그 100% 중 20%만 구단이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영국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이용,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려 했다. 사정이 어려운 사업자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를 부자 구단이 악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리그가 중단돼 수입원이 끊긴 상황에서 이 모든 책임을 리버풀에만 돌릴 수는 없다. 더구나 1억 파운드 이상의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조사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리버풀의 입장을 마냥 옹호할 수는 없다. 마음은 이해되나 방법은 분명 잘못됐다. 마침 맨유가 같은 기간 구단 직원들의 고용과 임금 지급을 모두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더욱 비교되고 있다. 30년 만의 리그 우승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리그가 중단됐고, 자칫 시즌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인 리버풀의 속이 더욱 쓰리다.
피해액 적다고 좋은 게 아니다
부자 구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중하위권 구단의 피해액은 적다. 가장 적은 피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된 노리치 시티의 경우 총 피해액이 1950만 파운드(약 293억원)로 나타났다. 본머스(2210만 파운드)나 브라이턴 호튼 앤 알비온(2970만 파운드)도 피해액이 그리 크진 않았다.
하지만 피해액이 적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EPL은 전 세계 축구리그를 통틀어 중계권료가 가장 많은 리그다. 이 중계권료를 EPL 사무국이 시즌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부자 구단의 경우 중계권료에 맞먹는 금액을 광고 수입을 통해 얻지만 다른 구단은 그렇지가 못하다. 당장 노리치 시티만 살펴보더라도 피해액에서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4.9%에 달한다. 노리치 시티를 포함해 많은 구단이 피해액에서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이러다보니 이들 구단은 리그 중단 자체가 곧 구단 존폐의 기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 갈릭 번리 회장은 최근 “만약 리그가 8월까지 재개되지 못한다면 우리 구단은 파산할 것”이라고 말해 큰 충격을 안겼다. 본머스도 이번 시즌 중계권료를 받지 못하면 파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PL도 여러모로 골치 아프다. 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시즌을 재개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재개 시점과 방식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현재 EPL은 6월 리그 재개를 목표로 여러 가지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관중 경기다. 4월 6일 영국 언론은 EPL과 영국 정부가 논의한 끝에 리그를 6월 재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핵심은 무관중 경기다. 무관중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고 정부의 엄격한 통제 속에 잔여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영국의 일간 <미러>는 “영국 정부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사태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해 EPL과 잠정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기장에 올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스카이스포츠 등 중계권을 가진 기존 유료 가입 채널뿐 아니라 무료로 보는 공중파 채널을 통해서도 경기를 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각 구단은 이에 맞춰 5월 중으로 대중과 떨어져 고립된 곳에서 훈련 캠프를 열어 시즌 재개를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무관중 경기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관중의 코로나19 감염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선수 간 전염은 차단할 수 없다. 만약 경기를 뛴 선수 중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리그는 다시 중단되고 함께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나 심판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에 따른 시즌 일정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