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지난달 장문의 기사를 전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이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지역사회를 돕는 현황을 설명한 내용입니다. 아스널은 지역 자선단체에 10만 파운드를 지원했습니다. 디지털 정보를 얻기 힘든 초등학생과 의료진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애스턴 빌라는 도시락 1000여 개를 취약계층에 전달했고, 구단 케이터링 업체와 함께 공유단체에 음식도 제공했습니다. 본머스 감독은 아동보호시설 지원금 모금 마라톤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번리 선수단과 서포터스는 푸드뱅크를 지원했습니다.

미국 프로풋볼 뉴잉글랜드 구단 전용기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있는 로간공항에 도착해 중국에서 싣고 온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 보스톤 | 로이터연합뉴스
첼시는 홈구장 안에 있는 호텔을 의료진에 두 달간 무료로 개방합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70세 이상 시즌권 구매자 1000여 명에게 쇼핑·대화 등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크리스털 팰리스 구단 주치의는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위한 정보를 구단 홈페이지에서 전합니다. 에버턴은 홈경기 임시 노동자들에게 수당을 줬고, 취약계층 지원 캠페인 론칭에 5만 파운드를 내놓았습니다.
리버풀은 푸드뱅크, 고령층에 기부금과 음식, 엽서를 보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시티와 함께 지역 1200개 푸드뱅크에 음식을 공급하고, 맨시티는 여기에 디지털콘텐츠 구독권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토트넘은 아동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왓포드는 “지금은 축구를 잊을 때”라며 의료진 지원에 주력합니다. 울버햄튼은 코로나19 예방 세트 2300개를 지역민과 의료진에 건넸습니다.
지난 4월 5일에는 미국 프로구단들이 피해가 극심한 뉴욕에 베푸는 온정이 전해졌습니다.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뉴욕 맨해튼 재비츠 컨벤션센터에 마스크 30만 장을 전달했습니다. 뉴잉글랜드 구단주가 구단 전용기를 중국으로 보내 200만 달러를 보태 구입한 마스크를 싣고 와 매사추세츠주에 전달했고, 그중 30만 장이 뉴욕으로 간 겁니다. 뉴욕이 연고인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와 브루클린 네츠도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을 기부했습니다. 브루클린 구단주는 산소호흡기 1000대도 내놨습니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는 개막 연기로 일거리를 잃은 홈구장 관계자들을 위해 120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계도 지원을 이어갑니다. 미국·영국과는 달리 개별 선수 중심이 대부분입니다. 구단 이름으로 지원한 곳은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산 BNK, 남자프로배구 서울 우리카드와 안산 OK 저축은행 정도입니다.
프로스포츠를 지탱하는 3대 축은 선수·팬·돈입니다. 구단 차원의 지원이 미흡한 건 못내 아쉽습니다.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적자에 허덕이는 구단 사정상 자기 살길을 도모하는 게 급선무일 수 있습니다. 리그 재개를 잘 준비하는 게 최고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인삼공사 등 사실상 모기업이 ‘통 큰’ 기부를 했기 때문에 구단이 따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국내 프로구단이 대부분 적자이며 진정한 의미로 개별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입니다. ‘프로구단’ 이름으로도 지역 ‘팬’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제공하는 걸 기대하는 건 시기상조일까요.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