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정- ‘정’이란 가사 대신에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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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절, “정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1980년에 가수 조용필이 정규 앨범 1집에 수록한 곡이다. 그때만 해도 앳된 목소리를 가졌던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중 한 명이 우리 아버지다. 첫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그는 불멸의 스타가 됐다. 음악적인 감각이 없고 즐기지도 못한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십팔번’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음치였지만 이 노래만큼은 특유의 구성진 목소리로 불러냈다. 나는 이 노래를 생각할 때마다 아버지의 들큰한 입김과 폴폴거리던 소주 냄새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내 인생의 노래]조용필 정- ‘정’이란 가사 대신에 ‘정의’란 무엇인가

2017년 5월, 나는 당시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의 자서전 집필을 의뢰받았다. 자서전을 의뢰했던 아들,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은 아버지 정태수의 성공과 실패의 이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했다. 그때 나는 그가 직접 쓴 초고를 읽으며 적잖이 놀랐다. 정태수는 초고에서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사업의 역정을 시기별로 나누어 기술했는데, 삶의 고비마다 그 시대의 노래 수십 곡의 가사에 담아 인생을 풀어냈다. 우리나라의 발전과 숨겨진 비리의 역사를 당시 유행하던 노래로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세상의 평가와는 별개로 꽤나 낭만적인 정태수의 면모도 볼 수 있었다. 누구든 고인이 되고 나서, 그가 평생 즐겨 부르던 인생 노래가 지나온 삶을 대변한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5월, 슬픈 봄과 여름이 맞교대를 할 즈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나는 그때 그의 애창곡 <울고 넘는 박달재>를 들으며 눈물을 훔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인간 노무현은 ‘천등산 박달재’ 너머의 무엇을 그리도 안타까이 기다렸을까? 그가 가슴이 터지도록 울고 소리친 의미가 혹시 가사에 남아 있지는 않을까 궁금하다. 그 노래를 내가 잘 부를 순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노무현을 추억하는 곡으로 남을 것이다. 예전 그의 그늘에서 자라 지금 빛을 받으려는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인생 노래를 부를까 궁금해졌다. 훗날, 그들의 애창곡을 들으며 추모하는 국민이 있을까? 그때에도 슬픔은 없었으면, 꼭 정치인이 아니어도 누구든 자신의 인생 노래에 후회와 회한이 남지 않으면 좋겠다.

소주 한잔이라도 걸치지 않은 맨정신일 땐, 나는 어지간해선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음치다. 하지만 어쩌다 노래방에라도 가면 나는 아버지의 애창곡을 부른다. “‘정의’란 무엇인가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내 맘대로 가사를 바꾸어 불렀다고 원곡자 조용필씨가 싫어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저서 제목을 함부로 썼다고 원작자 마이클 샌델도 반대할지 모르겠다. 정(情)과 정의(正義)가 무엇이 크게 다를까 항변하려는 건 아니다. 어쨌든 나는 나의 애창곡이 좋다. 그리운 아버지와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고, 혹시 올지도 모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해보는 재미도 있다.

정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온 살아온 내 가슴에
오늘도 남모르게
무지개 뜨네

<조용래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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