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제작국 미국, 홍콩
감독 조지 로메로
출연 게일른 로스, 스콧 H. 레이니거, 데이비드 엠지, 켄 포리 외
장르 공포·스릴러
러닝타임 127분
제작연도 1978년
![[시네프리뷰]<시체들의 새벽> 전설적인 좀비영화의 진정한 고전](https://img.khan.co.kr/newsmaker/1373/1373_76.jpg)
좀비영화 풍년이다. 4월에 개봉했거나 개봉하는 작품들의 목록에서만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5편이나 발견된다. 우선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 중 3편인 <죽음의 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체들의 새벽: 컨테이젼>(2017)과 인기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독일 좀비영화 <인류종말: 그 후>(2018)가 있다. 또 좀비 창궐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의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한 범죄 코미디 <킹덤: 아메리칸 좀비>(2016), 액션 장르와의 이종 교배를 시도한 한국영화 <좀비 파이터>(2019)까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작품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좀비영화의 진정한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시체들의 새벽>이다.
의문의 전염병이 확산되자 미국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방송국 스태프로 근무하는 프랜(게일른 로스 분)은 연인인 스티븐(데이비드 엠지 분), 경찰특공대인 두 남자 피터(켄 포리 분), 로저(스콧 H. 레이니거 분)와 함께 헬기를 타고 캐나다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뜻밖의 상황으로 계획은 어긋나고, 이들이 탄 헬기는 연료 부족으로 대형 쇼핑몰에 임시 착륙하게 된다. 잠시만 쉬었다가 가겠다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이들은 필요한 공산품이 풍족한 철통요새인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고, 결국 좀비보다 사악하고 위험한 존재들의 위협에 맞닥뜨리게 된다.
좀비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 감독의 대표작
영화 <시체들의 새벽>은 현대적 좀비영화의 원조로 알려진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저예산 흑백영화로 만들어져 1968년에 공개된 첫 작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난데없이 나타난 좀비들의 습격을 피해 낡은 집안으로 피신한 사람들의 갈등과 고통을 통해 흑백의 대립이나 반공 이데올로기의 허상 등 당시 미국사회의 문제적 이슈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실제 기록사진을 편집한 듯한 효과로 마무리되는 충격적인 엔딩 장면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하고 서늘한 공포로 기억된다. 이후 많은 아류, 유사작들이 나왔고 지금까지도 거의 모든 좀비영화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할 만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입지는 대단하다. 조지 로메로 감독은 이후에도 주로 공포영화의 영역 안에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역시 그의 명성을 확고히 다진 작품들은 2009년까지 총 여섯 편의 속편으로 이어진 좀비 시리즈였다.
10년 만에 만들어진 두 번째 영화 <시체들의 새벽>은 훨씬 말쑥한 상업영화의 형태를 확보해 더 많은 관객에게 어필했지만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날카로운 사회의식 역시 강력하게 보강되었다. 쇼핑몰이라는 노골적인 무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은 자본주의와 대중의 맹목적 소비문화에 대한 노골적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무가치한 금전을 독점하기 위해 위태로운 안위마저 저버리는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종말은 씁쓸함을 넘어 현대인들이 직면한 진정한 공포란 어디서 기인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꾸준히 언급되는 공포영화의 수작
조지 로메로의 초기 좀비영화 세 편은 모두 현대적으로 각색되어 리메이크됐다. 이 작품 <시체들의 새벽>은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에 의해 다시 만들어졌는데 국내에서는 <새벽의 저주>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주 무대가 쇼핑몰이라는 설정 이외에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현대적 감각에 부합하는 빠른 사건 전개와 다양한 볼거리, 또 이전보다 강력해진 좀비들을 등장으로 공포영화 팬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이 작품으로 성공적인 장편 데뷔식을 치른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후 <300>·<왓치맨>·<저스티스 리그> 등의 작품으로 승승장구하며 대형 흥행감독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이번 오리지널 작품을 공개하며 국내 수입사 측은 포스터에 “현존하는 공포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미국의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단평과 함께 ‘국내 최초 공개’란 홍보문구를 썼다. 하지만 후자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초반 <이블 헌터>란 정체불명의 제목으로 정식 출시되며 소개되었다. 작품의 내용이나 본질을 깡그리 무시한 창의적(?) 표지 디자인과 40여 분이 삭제된 내용은 당시를 회고하는 마니아들 사이에는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이후 무삭제판을 자처한 비디오가 다시 출시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며 DVD로 여러 번 재발매되기도 했다. 그만큼 꾸준히 언급되고 재생되고 있는 작품이다. 작금의 코로나19로 인한 화제가 아니더라도 한번은 필히 챙겨봐야 할 만한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신기술의 실현이나 일상에서는 좀처럼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영화 같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최근의 코로나19의 상황을 겪으며 주변에는 ‘영화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리적 거리 두기와 더불어 극장에서 새로 개봉하는 작품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접하는 비중도 늘었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최근 들어 과거 전염병을 소재로 했던 영화들이 다시 소환되며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은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한 <컨테이젼>이다. 작은 접촉으로도 전염되는 변종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초호화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12 몽키즈>(1995)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류 대부분이 희생된 2035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 한 남자의 힘겨운 노력은 냉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특별한 정서를 빚어낸다.
한국영화 <연가시>와 <감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정우 감독이 연출한 2012년 작 <연가시>는 변종 기생충을 소재로 하고 있어 엄밀히 소재만으로는 다른 노선에 있는 작품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감염되어 국가적 재난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와 상당 부분 유사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의 <감기>(2013)는 최근 대만에 수출되어 4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