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은 뒤 펄에서 수많은 금덩어리와 보석들을 발견!”
‘막시무스 로(Maximus Ro)’란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의 메인 페이지에 올라 있는 동영상 설명이다. 그가 올리는 채널을 보면 꾸준하다. 그리고 놀랍다. 장소는 인적이 없는 들판 개울. 매번 발견하는 순금덩이를 합치면 5㎏은 족히 넘을 기세다. 저게 진짜라면 한번 발견한 것만으로 갑부가 될 텐데? 금 현물시세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 금 거래소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1㎏짜리 골드바가 7225만8000원이다.

유튜브 캡쳐
유튜브뿐 아니라 페이스북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한다. 유튜브는 댓글을 못 달게 되어 있지만 다른 SNS에는 매번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장소를 알고 싶다”는 식의 댓글이 빼곡하다. 물론 일절 답변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국내·외 사금 채취 동호회 등에서 이 유튜버 영상의 진위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가득하다. 이 유튜버의 유튜브 가입은 2012년 9월. 8년 가까이 꾸준히 저 영상들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토론의 결론은? 물론 가짜다.‘스팀잇’에는 이 유튜버의 금 만들기 기법을 재현한 폭로 글도 있다.
“조작이라고 봐야지요. 일단 영상 속 채취장소 자체가 금이 나오기 힘든 환경입니다.” 사금 채취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문만호씨의 말이다. 그는 실제로 저렇게 내놓고 방송하면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진짜 선수들이라면 절대로 방송을 올리지 않겠죠.” 그에 따르면 이 유튜버가 줍는 금은 역시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황동 같은 것은 산화되기 전이면 금과 똑같습니다. 무게도 비슷하고. 사기꾼들이 가짜 금을 만들어낼 때도 흔히 동원하는 수법입니다.”
문씨는 이 유튜버가“어떻게 보면 영리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영상을 보면 제목은“금덩어리 발견!”식으로 적혀 있지만, 영상에 등장한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흐르는 개울 속에서 금덩어리를 발견해 카메라에 비추는 식이다.‘영리하다’는 것은 그가 금을 캐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영상을 구독·소비하는 유튜브 독자들 덕분에 그 광고수익으로 먹고산다는 것. 부동산이나 주식 족집게 강사가 실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비법 책이나 강의로 돈 버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최근 이 유튜버의 노천‘채취’영상엔 갯벌 속에 묻혀 있던 금덩어리뿐 아니라 루비·에메랄드 등 보석류에다 시대를 알 수 없는 금접시 등 아이템이 추가되었다. 꽤 허술한 떡밥인데 쉽게 낚인다. 믿는 게 바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