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이나 극장, 놀이공원에는 가볼 엄두조차 못 낸다. 보호자가 필요한 어린아이나 노약자라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경우 불안장애의 한 유형인 광장공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건강설계]사람 많은 곳에 못 가는 광장공포증](https://img.khan.co.kr/newsmaker/1362/1362_69.jpg)
광장공포증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불안해지고 긴장되는 증상을 기술한 단어다. 광장공포증의 구체적인 진단 기준으로는 공공운송수단의 이용, 공개된 공간에 있는 것, 폐쇄된 장소에 있는 것, 줄을 서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것, 혼자 집 밖에 있는 것 등 다섯 가지의 상황 중에 두 가지 이상에 대한 심한 공포 및 불안 반응을 보이는 정신장애다.
광장공포증 환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없다거나 남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또 이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려는 노력에 매진하게 되며, 심리적 지지자 또는 동반자와 늘 함께하려고 한다. 이러한 광장공포적 상황은 거의 항상 유사한 병적 반응을 초래하고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노력이 반복되면서 조건화돼 병적인 수준으로 빠져든다.
광장공포증 환자는 자아가 약하고 자기평가가 낮은 편이다. 또 평소 소심하고 남의 시선에 쉽게 위축되는 성향이 많다. 특히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광장공포증 자체가 자신의 공황발작 증상을 들킬까봐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에서 시작된다.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와 관련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서로 같은 질환으로 오해받을 만큼 많은 부분에서 겹치기 때문이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4분의 3은 공황장애와 공존하고 예후에 영향을 준다. 공황장애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광장공포증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공황장애가 없는 광장공포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료 반응이 떨어지고 예후가 좋지 않다.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가 동반된 경우는 개인적 갈등이나 스트레스보다는 상황적인 촉발 요인과 더 밀접하다.
적절한 진찰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거의 자발적인 독방 감금 생활을 하게 된다. 환자는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돼 증상을 악화시키고, 다른 정신장애로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광장공포증이 의심되는 초기 단계에 찾아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