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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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죽음을 창작해내는 공포의 책

제목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Scary Stories to Tell in the Dark)

제작연도 2019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8분

장르 공포·판타지

감독 안드레 외브레달

출연 조 마가렛 콜레티, 마이클 가르자, 가브리엘 러시, 오스틴 자주르, 캐슬린 폴라드 외

개봉 2020년 3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이하 스케어리 스토리)의 가장 큰 이슈는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존재감이다. 멕시코 태생인 그는 <크로노스>(1992), <헬보이>(2004),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 <퍼시픽 림>(2013) 등의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어 2017년 발표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9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음악상·미술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단순한 흥행감독 이상의 작가로서도 인정받았다.

<스케어리 스토리>는 그가 오래전부터 영화화를 꿈꿨던 작품이란다. 델 토로는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감독으로의 커리어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부터 원작 속 일러스트들의 사용권 구매를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쏟아붓기도 했다”며 “내 소유의 차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 팔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국 작가 앨빈 슈워츠가 쓴 원작은 1981년 처음 발간됐다. 내용과 일러스트가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미국도서관협회가 금지도서로 지정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스케어리 스토리>의 영화화가 결정되자 가장 먼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델 토로는 직접 연출하지 않는 대신 과거에 꽤나 흥미롭게 본 <제인 도>를 연출한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을 직접 섭외했다고 전해진다.

할리우드에 입성한 노르웨이 감독 외브레달

노르웨이 출신 감독 안드레 외브레달은 파운드 푸티지(촬영자는 사라지고 발견된 영상) 형식을 취한 <트롤 헌터>(2010)로 장편 데뷔했다. 곰 밀렵꾼을 취재하려던 세 명의 대학생들이 제목 그대로 트롤(북유럽 신화에 주로 등장하는 악한 요정)을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을 만나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자국에서 노르웨이어로 제작한 영화지만 나름의 장점을 인정받아 여러 나라에서 공개되면서 감독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영국에서 찍은 두 번째 장편영화 <제인 도>(2016)는 정체불명의 여성사체를 부검하는 검시관 부자의 하룻밤 동안의 악몽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검시소라는 장소가 동반하는 스산한 분위기와 영화 전반을 압도하는 미스터리가 압권인 이 영화는 다소 상투적인 결말이 아쉽지만 몇몇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을 섬뜩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세 번째 영화가 된 이번 <스케어리 스토리> 역시 공포 장르의 영화로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만큼 이전보다 현란하고 외형적으로는 더욱 말쑥한 작품이 나왔다.

1968년 핼러윈, 홀아버지와 살고 있는 10대 소녀 스텔라(조 마가렛 콜레티 분)는 친구 척(오스틴 자주르 분), 어기(가브리엘 러시 분)와 함께 동네 불량배들을 피해 숨어들어간 자동차극장에서 라몬(마이클 가르자 분)을 만난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저주받은 집으로 알려진 폐가에 들어가 숨겨진 방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 책은 스스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다.

새로움이 아쉬운 가족용 공포영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원혼의 복수나 저주라는 화제는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가장 효과적인 소재로 끊임없이 활용되어왔다. 이는 당연히 시각적 볼거리를 정서적으로 형상화하는 영화매체에 있어서는 더욱 유용했다. 80년대 이후 공포영화 장르의 인기가 주춤해지면서 잠시나마 관객들은 연쇄살인마나 악귀들의 살의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보다 세련되고 혁신적인 공포영화들의 물결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나름 혁신적으로 각인된 영화들의 흔적은 이후 많은 작품에서 끊임없이 발견된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역시 그리 창의적인 영화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경계가 모호한 각각의 챕터는 단편모음 형태를 확장한 것이고, 예정된 죽음의 진행을 막으려는 인물들의 노력이 결국 억울한 죽음과 연관된 악령의 비밀로 연결되는 전형적 구조도 그렇다. 무엇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대목마다 특정 영화의 제목들이 떠오른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또 굳이 꼭 집어 언급하고 있는 1968년이라는 시대적 설정과 이에 연결된 베트남 전쟁도 ‘있어 보이기 위한’ 액세서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유쾌한 부분은 아니다.

한마디로 총평하자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아동용 또는 가족용 공포영화다. 참고로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국내에선 15세 관람가, 미국 등급은 PG-13(13세 미만 관람 시 보호자 동반 권장)이다.

예정된 죽음의 저주에 맞서는 영화들

근대 공포영화의 판도를 통째로 갈아 치운 기념비적 작품은 1998년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발표한 일본영화 <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스즈키 코지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당시 가장 보편적인 영상매체였던 비디오와 동양의 전통적 귀신의 한이라는 이질적 소재를 접목해 공포 장르 부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많은 부분 원작을 따르지만 주인공의 성별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고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조된 하이라이트의 압도적 공포의 기운은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공포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며 되살아났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역시 일본에서 만들어진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저예산 비디오영화 <주온>(1999)은 <링>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단편적 구성과 결말의 부재를 통해 원혼의 공포를 더욱 부각시켰다. <링>과 <주온>은 당연히 각각 속편들이 여러 편 이어졌고 할리우드로 넘어가 별도의 리메이크 역시 시리즈화 되었다. 일본에서는 급기야 두 영화의 악령들이 맞붙는 <사다코 대 카야코>(2016)까지 제작되었다.

이즈음 할리우드에서도 기존의 전통 위에 새로운 시도와 변이가 실현되고 있었다. 마녀의 전설을 소재로 한 초저예산영화 <블레어 위치>(1999)의 성공은 이후 모큐멘터리 또는 파운드 푸티지라 분류되는 수많은 유사작을 양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죽음’ 또는 ‘사신’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캐주얼하게 영상화한 <데스티네이션>(2000) 시리즈는 이전과 다른 참신한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지난해 말 개봉한 <카운트다운>(2019)은 생존시간을 알려주는 어플이란 나름 흥미로운 소재를 내세웠지만 <링>이나 <데스티네이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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