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빅데이터는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하루 단위로 확진자 증가 수, 누적 확진자 수, 완치자 수, 현재 치료자 수, 사망자 수를 파악하고 이를 주요 지표로 추이를 분석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데이터의 비교분석은 더 중요해진다. 입국은 서로 막고 있지만 정보와 성공적인 방역기법의 공유는 더 활발해지는 아이러니도 생겨난다.
감염 확률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접촉’이다. 사회적 관계망에서 타인과 접촉의 밀도·빈도·강도에 따라 감염률은 정비례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사실은 물리적 거리 두기인 셈이지만 접촉을 피하다보니 소통할 기회가 줄고 관계도 소원해진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거리가 끊기다시피 하는 사회적 골짜기 파기, 또는 사회적 장벽 쌓기 현상인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며 실제로 얼마까지 가능할까?
최근 많이 만나는 예방의학·바이러스 감염 전문가들은 접촉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약 8주, 두 달 정도가 한계라고 말한다. 공중보건과 규범적 통제로 한 사회가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관계본능뿐 아니라 생계의 공포에 사람들은 동요하고 다시 집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집단감염을 모니터링하는 곳곳에 가늘고 느슨한 보이지 않는 연결망이 존재한다.
최근 한 70대 확진자의 동선을 역학조사하던 방역당국은 감염경로에 단서가 없어 난관에 빠졌다. 그런데 아들이 말하기를 아버지는 평소 콜라텍을 즐겨 찾으셨다고 제보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일상 속에는 네트워크 이론의 등장 초기, 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강조한 ‘약한 연결의 강한 영향들’이 도처에 얼기설기 중첩되어 있다. 다양한 사람을 오래 차단하고 묶어둘 수 없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선에서 접촉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음의 거리 좁히기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접촉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협업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최근 코로나19 상황 와중에 국민에게 힘을 주겠다고, 사실은 그들 자신이 생업인 공연이 다 끊기다시피 한 18명의 뮤지션이 방-방 프로젝트라는 것을 실행했다. 이한철의 유명한 노래 <슈퍼스타> 함께 부르기.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는 가사의 노래를 각자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부르고 연주하고 토막 뮤직비디오를 찍어 보내고 받아 완성한 비대면 원격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로 하나의 모자이크 뮤직비디오가 탄생했다.
이 노래 한 곡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보여준다. 1990년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진 국가정보망 구축은 게임만 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이럴 때 쓰자고 건설한 사회연결망이다. 우리는 접촉이 차단된 시대에 연결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해법도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접촉 대신 접속하라.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