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도 경기도 못하는 학생 선수들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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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국이 비상입니다. 감염자와 감염지역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각급 학교의 개학 역시 연기됐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도서관도 문을 닫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됩니다. 예·체능 학원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매출이 추락한 음식점도 많습니다. 사람들도 외출 및 외부 활동을 꺼립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프로야구단 사장들이 지난 3월 10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발표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프로야구단 사장들이 지난 3월 10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발표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프로 스포츠도 직격탄은 맞았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4대 프로종목이 올스톱됐습니다. 프로야구는 시범경기를 취소한 데 이어 정규리그 시작도 연기했습니다. 프로축구도 개막이 미뤄졌고요. 프로농구·프로배구는 무관중 경기로 버티다가 최근 리그를 중단했습니다. 아마추어 대회 상황도 안 좋습니다. 남녀 축구대표팀 경기가 취소됐습니다. 부산에서 3월 22∼29일 열릴 예정인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미뤄졌습니다. 유도·복싱 등 여러 종목 대표 선수들은 도쿄올림픽 출전권 랭킹포인트가 걸린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중적 무관심 속에서 애처롭게 발만 동동 굴리는 ‘소중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바로 학생 선수들입니다. 학생 운동 선수들은 공식적으로 훈련할 수 없습니다. 학교에 갈 수도, 모일 수도 없습니다.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도 쓸 수 없습니다. 전국 거의 모든 운동장은 지자체 소유라 이미 폐쇄됐습니다. 공식적으로 운동할 길은 사실상 막혀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은 집에서 공부하면 됩니다. 공부는 장소에 크게 상관없이 본인 의지로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 선수들은 다릅니다. ‘선수의 몸’은 하루 이틀만 쉬면 달라지고 한두 달이면 망가집니다. 개인 훈련을 하라고요? 어디서 어떻게요? 홈트레이닝으로는 몸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모여서 함께 운동해야 하는 단체 종목의 상황은 더욱 어렵습니다. 클럽하우스와 자체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건 프로선수 얘기일 뿐입니다.

학생 선수가 대학에 가려면 경기 실적 증명서를 내야 합니다. 소속팀이 몇 개 대회, 몇 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선수는 어떤 기록을 냈는지가 명기되는 문서입니다. 대학에서 실시되는 실기 테스트를 준비하는 학생 선수도 많습니다. 그런데 대회는 줄줄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학생 선수들은 깊은 고민 끝에 편법을 택합니다. 모든 ‘라인’을 동원해 운동장을 빌립니다. 거기에서 사방을 경계하며 훈련합니다.

지도자도 공식적으로 훈련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훈련을 멀찌감치서 지켜본 뒤 나중에 피드백을 주는 게 그나마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선수·부모·지도자 모두 발각되면 징계를 받고 책임 추궁을 면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이들은 무작정 기다려서는 답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편법·위법을 결행하는 겁니다.

인생 초기 갈림길에 선 학생 선수에게 무작정 기다림은 실패를 의미할 겁니다. 부모와 지도자에게 합법적 대안을 찾아 운동하라고 하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학생 선수는 약 8만 명입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이들도 꼭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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