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 촬영 현장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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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대중문화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작 영화들이 개봉을 무기한 미루고 있고, 쇼케이스·제작발표회 등도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여 진행하고 있다.

[톡톡TV]‘코로나 비상’ 촬영 현장은 안전할까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드라마 촬영 현장은 어떨까. 코로나19를 둘러싸고 편성 기한 내 작품을 납품해야 하는 일부 제작사와 건강과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작품을 완성하기를 원하는 스태프들 사이에 잡음이 끊이질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을 앞둔 한 드라마 촬영장 스태프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말에도 제작사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확진자 발생지 근처에 촬영을 강행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제작사 측에서 촬영 중 해당 장소가 확진자 발생지임을 인지했으나 이를 은폐한 채 촬영을 하루 더 진행했다고도 했다. 이미 예정된 야외 촬영이었지만 코로나19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제작비보다 현장 스태프들의 안전을 우선시했다면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결방을 택하고 촬영 스케줄을 조절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경향신문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결방을 택하고 촬영 스케줄을 조절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본적인 예방 용품인 마스크나 손 소독제가 촬영 현장에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한 스태프는 “개인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하지만 최대 16시간 야외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스태프들의 안전을 위해서 (예방 용품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확진자가 생겨도 대체할 인력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법적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여전히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드라마 팀도 있었다. 노동부가 하루 최대 16시간 이상 노동시간을 넘지 말라고 권장했음에도 수면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제작사의 입장과 구미에 맞게 조정해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꼬박 촬영하는 곳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불만 사항은 방송 현장 특유의 수직구조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감염 확산 방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드라마 한 편을 위해 스태프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사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방송사의 눈치를 보는 제작사가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방송사의 실질적 경고 없이 현장 사항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실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가 직접 나서 야외 촬영 규제, 실내 및 세트 촬영 권유 등 목소리를 내야 드라마 촬영 환경도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다수 제작사의 촬영 현장 가운데는 촬영 중단 및 결방 결정 등을 스스로 나서 하는 곳도 존재한다. 또한 촬영 전 스태프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하고 현장 내 청결을 유지하려고 힘쓰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에도 일부 몰지각한 일부 제작사와 방송가 사람들 탓에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가려는 제작진까지 매도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청자에게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드라마. 돈에 급급해 기본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이다원 스포츠경향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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