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네이버에 송고된 같은 기사 하나. 하지만 댓글의 온도차가 심하다. 한쪽에서의 ‘개념글’도 다른 한쪽에서는 ‘기레기’ 취급이다. 댓글을 읽다 보면 다들 이렇게 생각하나보다 하고 그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이 움직일 때도 있다. 이미 기사 내용과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댓글 잔치에 던져진 먹잇감일 뿐이다. 인터넷 시대에 선동이란 이처럼 시끄럽지 않게 조용하고 일상적이다.
최근 미국에서 여성 무슬림 두 명이 하원의원이 되었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 이들이 없었을 리 없다. 이스라엘의 한 그룹은 21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 이 의원들에 대한 수천 개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이를 백만여 팔로워들에게 뿌려댔다. 그러지 않아도 타오를 대상을 찾던 트럼프 정권의 인종주의자들에 이 이스라엘식 ‘매크로’는 기름을 부었다.
페이스북은 뒤늦게 움직였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2개월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매크로 공장들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2020년은 선거의 해, 세계는 인터넷 포털과 소셜미디어(SNS)에 그 책임의 엄중함, 즉 규제의 필요성을 묻기 시작했다.
억울할 수도 있다. 플랫폼도 피해자인데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피해자라고 면책될 수 없는 일도 있다. 수탁 업무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 그리고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한 대가가 뒤따라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처분처럼 소비자의 재화를 위탁받은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재화란 정보뿐만이 아니다. 관심이 곧 돈인 세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다 가져가는 일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관심을 조작하는 일인 선동은 오늘도 횡행하고 있다. 플랫폼도 모를 리 없다. 다만 회사에는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다. 특별히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댓글 알바가 준동할수록 트래픽은 올라간다. 괜히 개입해서 건드렸다가 물의를 빚으면 귀찮아진다. 조직의 안녕과 체면을 보호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처럼 생각이 많아지면 판단을 보류한다.
스스로는 정신 차릴 수 없는 기업의 속성을 알기에 개인정보 관련 사고 발생 시 기업은 정부기관에게 즉시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이 피해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공공도 설명을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아 모두가 침묵한다면, 정보유출이라는 물리적 손해를 입어도 자신의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동의 존재는 알릴 의무가 없다.
어쩌면 기업에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정당의 기업 인재영입 뉴스들을 보면 우리만 모를 뿐 플랫폼의 정치적 중립이란 허상이고 언론 이상의 성향이 가동 중일지도 모른다. 노동자의 정치활동은 금지될 수도 없는 일. 정치적 언론인 같은 거리낌도 없다. 최근 일본 트위터는 극우 성향의 일본청년회의소와의 제휴협정을 공표했다.
언론의 편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것을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모두 함께 쓰고 있는 플랫폼을 나 혼자 버릴 수 있을까? 한국 정치인들이 실검법이라는 실체가 모호하고 결정적 내용이 빈약한 졸속 입법을 들고 와 징징대는 이유다. 포털도 앱도 사용자들이 모인 이상 정치적이지 않은 곳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세계 각국과 마찬가지로 우왕좌왕 뭘 어찌해야 할지 다들 모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관심이 얼마나 비싼 재화인지 관심도 없어 보인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