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동심으로 바라본 2차 세계대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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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조 래빗 (Jojo Rabbit)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독일, 미국

러닝타임 108분

장르 코미디, 드라마, 전쟁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스칼렛 요한슨,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개봉 2020년 2월 5일

등급 1 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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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보면 뻔한 아동 코미디물로 보일 만도 하다. 어느 정도는 맞다. 일단 아동(들)이 주인공이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순수하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유치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장면들이 요소요소에 포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아직 때 묻지 않은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의 희로애락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직은 매사가 수줍고 여린 심성을 지닌 10살 소년 조조(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분)는 열혈 나치 소년당원이자 히틀러를 상상 속의 친구로 생각할 만큼 그의 열렬한 팬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품의 어머니(스칼렛 요한슨 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럭저럭 무난하고 평화로웠던 조조의 일상은 어느 날 다락에 숨어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 분)와 마주치면서 산산이 조각나고 만다. 빨리 사무소에 신고해서 칭찬을 받아야 하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되레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상황은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조의 마음속에 한참은 연상인 이 소녀를 향한 야릇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미디로 녹여낸 비극의 역사

감독이 유년시절 읽고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갇힌 하늘(Caging Skies)>을 각색해 만들었다는 <조조 래빗>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를 되새기게 만든다. 2차 세계대전의 가장 깊은 생채기라 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적 역사를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녹여낸다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발상과 시도가 그렇고, 다행히도 큰 부작용

없는 결과물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극적인 현실을 순수한 아동 시점의 판타지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기예르모 델 토로·2006)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조조 래빗>은 코미디라는 영역 안에서 훨씬 더 경쾌하고 유연하게 장르적 쾌감을 고수해낸다. 인물들의 설정부터 고정화된 선과 악의 위치가 역전되어 있어 흥미롭다. 주인공 소년 조조는 나치광이고 다락방에 숨어 지내는 유대인 소녀는 생존을 위해 협박과 거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거시적으로 10살 소년의 눈에 비친 전쟁이란 단편적이고 일상적인 상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비극은 찾아오고 역경은 소년을 성장시키고 진실에 눈뜨게 한다. <조조 래빗>은 오는 2월 9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각색상·여우조연상·편집상·의상상·미술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조조의 어머니 역을 맡아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스칼렛 요한슨이 <결혼 이야기>란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후보 2관왕에 올라 화제를 낳고 있다.

기억해둬야 할 이름 ‘타이카 와이티티’

러시아계 유대인 어머니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뉴질랜드 국적을 가진 ‘타이카 와이티티’의 이름은 쉽게 입에 붙지 않는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한 번 가본 적도 없는 ‘와이키키’ 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연상되곤 한다.

다수의 단편 작업 TV 연출과 출연으로 다년간 내공을 쌓은 그는 2007년 장편 데뷔작인 <이글 대 샤크> 한 편으로 단번에 세계적 주목받게 된다. 경쟁 사회의 관점에서 낙오자로 분류될 만한 두 남녀의 힘겨운 연애담은 잔인한 유머와 소박한 판타지가 뒤범벅된 난장소극으로 완성됐다. 이 작품에서 보인 사회 약자인 소외계층 주인공,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 감각적인 영상미, 위기를 극복해 다다르는 따뜻한 결말 등의 특징은 후속작인 <보이>(2010),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2016) 등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관객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이런 긍정적 요소들은 마치 그의 작품의 인장처럼 부각된다.

2017년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작이라 할 수 있는 <토르: 라그나로크>의 성공은 그가 단순히 소규모 희극에만 능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했는데, 공교롭게도 국내에서는 이 작품 외엔 그의 다른 이전 작품들을 공식적으로 소개되지 않아 <조조 래빗>의 개봉은 더욱 반갑다. 전문 연기자이기도 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히틀러를 연기한다.

소규모 드라마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며 거뜬히 감당해내는 그의 독특한 이름은 한동안은 계속 언급될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뉴질랜드 감독들

타이카 와이티티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질랜드의 문화와 자연을 영화 속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자국에서 찍은 영화들은 관객의 입장에선 이국적인 정서가 짙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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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객들에게 뉴질랜드 출신 감독하면 그나마 최근이라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를 연출한 피터 잭슨 정도가 친숙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꽤 오래전부터 뉴질랜드 감독들의 할리우드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1990년대 국내에 불었던 아트영화 붐에 편승해 이름을 드높인 여류 감독 제인 캠피온은 대표적 인물이다. 한 청각장애 여성의 비극적 인생역정과 사랑을 그린 <피아노>(1993)의 유명세에 힘입어 전작인 <스위티>, <내 책상 위의 천사>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한 가족의 소외와 비극을 그린 <전사의 후예>(1994)로 명성을 얻은 리 타마호리 감독은 이후 <멀홀랜드 폴스>, <007 어나더데이> 등 할리우드 오락영화를 꾸준히 연출해왔는데, 2006년 여장을 하고 매춘 호객행위를 하다 사복경찰에 적발되는 바람에 사실상 연출가로서는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노 웨이 아웃>, <칵테일>, <겟어웨이>, <단테스 피크> 등 다수의 할리우드 흥행작을 연출한 로저 도널드슨은 호주 출생이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 무대인 뉴질랜드의 감독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배우 러셀 크로우는 뉴질랜드 태생이지만 주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은 호주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이외에 독특한 SF 서정극 <가타카>를 연출한 앤드류 니콜, <007 골든아이>, <007 카지노 로얄>의 마틴 캠벨 등이 뉴질랜드 태생 감독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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