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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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기억하는 관객들을 위한 또 하나의 귀환

제목 나쁜 녀석들: 포에버(Bad Boys for Life)

제작연도 2020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24분

장르 액션/코미디

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출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 바네사 허진스, 조 판톨리아노

개봉 2020년 1월 15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소니 픽쳐스

소니 픽쳐스

이번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나쁜 녀석들>의 세 번째 속편이다. 필자가 이 작품의 1편을 접한 것은 개봉 당시였으니 1995년일 것이다. 관람 후 느낌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는 사회적으로 대중의 아트영화에 대한 호기심, 또는 이를 소비하는 유행이 팽배한 분위기여서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소위 ‘좋은 영화’들이 넘쳐날 때였고, 혈기왕성한 청년은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해 사회적응에 촉각이 곤두서 있을 시기이기도 했다.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 마이클 베이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나쁜 녀석들>은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호흡의 상업영화임이 분명했지만 ‘좋은 영화’의 미덕까지 지닌 작품은 아니었다. 이후 <더 록> (1996), <아마겟돈>(1998), <진주만>(2001)으로 이어진 감독의 행보를 보며 그런 평가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은 더욱 공고해졌고 그것은 꽤 오랜 시간 변함없이 유지됐다.

얼마 전 이번 원고를 위해 <나쁜 녀석들> 1편과 2편을 다시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상당히 재미있게 영화를 즐기고 있는 나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25년이란 긴 시간의 간극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뭐가 달라진 걸까?

세월에 맞서 변함없이 돌아온 천방지축 콤비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 분)와 마커스(마틴 로렌스 분)는 여전히 사소한 문제로도 티격태격하는 앙숙이지만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형사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오래전부터 은퇴를 계획하고 있던 마커스는 손녀의 탄생을 계기로 이를 실천에 옮기지만, 때마침 마이크가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총격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자 두 사람의 거친 우정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그즈음 연관성 없어 보이는 시민들까지 하나둘 저격을 당하면서 이들을 둘러싼 혼란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솔직히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제작 소식만으로 여러 가지로 의구심을 낳을 만했다. 이미 한물간 과거의 스타인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를 불러 모은다는 것부터가 그렇고, <나쁜 녀석들 2>가 만들어진 해가 2003년, 17년 전이니 시리즈의 생명력을 이미 오래전에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참 난데없는 기획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결과물은 그럭저럭 무난해 보인다. 여전히 정신없고 강렬한 전작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진보한 영화기술을 적절히 활용했고, 앞선 시리즈에 생소할 젊은 관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여러 배려와 장치들이 큰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과거 작품들에서 관객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신선함’이란 부분은 증발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전작을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부분이다. 반면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두 인물의 모습은 현실 속 배우들, 동시대를 누렸던 관객들에게는 나름 추억팔이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게 만드는 애잔함

시대는 계속 변해가고, 문화에 대한 소비와 가치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지만, 그것을 긴 시간을 보내며 몸소 체험하고 비로소 인정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다. 1995년 당시만 해도 평단으로부터 정신없이 현란하고 감각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나쁜 녀석들> 1편은 지금 시점에서 참 무난하고 심지어 고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2편 역시 1편에 비해서는 더욱 정신없고, 규모도 커지지만 컴퓨터그래픽과 디지털 편집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트랜스포머>나 <어벤져스> 같은 작품에 적응된 지금의 관객에게는 요란한 범죄 액션영화의 감흥 이상을 안기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작품의 본질적 완성도와는 별개의 애잔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대체로 이런 속편은 감독과 배우들의 재결합으로 제작진 스스로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고 소환하고 더불어 관객들에게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의외로 거의 신인에 가까운 아딜 엘 아르비와 빌랄 팔라 감독이 콤비를 이뤄 메가폰을 잡았다. 그럼 1·2편의 감독 마이클 베이는 이 시리즈에서 쫓겨난 건가?

그는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의 영화 <6 언더그라운드>를 제작·연출해 내놓았고, 대신 <나쁜 녀석들: 포에버>에서는 카메오로 출연하는 성의를 보여 그들의 의리에는 변함없음을 증명했다.

주먹구구식 개봉영화 작명

[시네프리뷰]나쁜 녀석들: 포에버

이번 <나쁜 녀석들: 포에버>의 국내 개봉 제목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한국어로 바꾼 것도 아니고 영어 자체를 쓴다 해도 그리 어려운 단어가 아닌데 굳이 ‘포 라이프(For Life)’를 ‘포에버(Forever)’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무엇보다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출처 불명의 작명은 충분히 지탄받아 마땅해 보인다.

원제의 바탕이 된 문구는 <나쁜 녀석들 2>편의 중반에 등장한다. 늘 그렇듯 마커스와 한판 크게 말싸움을 벌이고 헤어졌던 마이크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커스의 집을 찾는다. 마커스를 기다리는 동안 거실에 놓인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들춰보던 마이크의 눈에 촌스럽게 미소짓고 있는 자신의 사진과 옆에 휘갈겨 쓴 마커스의 글귀가 보인다.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나쁜 녀석들의 목숨을 걸고.(We Ride Together We Die Together, Bad Boys For Life)’

여담으로 제목 때문에 문제가 되거나 이슈를 낳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어이없으면서도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기억되는 최고의 작품은 바로 이 작품. 국내 포털 영화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제대로 검색이 되지 않는 프레드 올렌 감독의 1990년작 <맛 보슈>란 영화다. 이 작품의 원제는 <몹 보스>(Mob Boss). 마피아를 소재로 한 헐렁한 B급 코미디 영화인데 거기에 어울릴 만하게 발음을 가지고 장난친 것이다. 당시 수입사나 배급사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물론 이 영화는 <맛 보슈>란 제목으로 소규모이나마 극장에서 정식 개봉했고, 비디오까지 출시됐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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