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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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자율포장용 종이상자를 없애겠다는 탁상행정은 테이프만 없애는 선에서 정리되었나 보다. 한국 시민은 행정의 지령에는 순응적이다. 하지만 어차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상자의 재활용을 막으려는 행정의 불합리마저 보고 넘기지는 않은 모양이다. 기업은 새것을 만들어 쓸 수 있고, 소비자는 중고로도 쓸 수 없는 물건이라니 이상한 일이다. 정말 그렇게 몹쓸 물건이라면 애초에 못 만들게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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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제주 기온이 23.6도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호주 하늘은 산불 연기로 뒤덮였다. 매일매일의 뉴스를 멍하니 듣고 있기만 해도, 지금 이 지구가 분명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니 그런 추론도 필요 없다. 좀처럼 개지 않는 먼지 가득한 서울 도심의 하늘. SF 영화 <인터스텔라>나 SF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 인 스페이스>에서 그렇게도 탈출하고 싶어했던 먼지 덮인 디스토피아의 풍경이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무슨 일을 해도 늦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돌이킬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파국의 속도를 멈추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 후세를 생각하는 인류의 자세. 우리가 오늘만 사는 듯 보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행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을 지치게 하는 일들이 최근 환경행정과 관련해서 반복되고 있다. 분리수거만 해도 그렇다. 열심히 나눠서 버리지만, 과연 이것이 재활용되고 있는지 신뢰가 무너졌다. 실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지자체마다 떠돈다. 실제로 “그건 사실 재활용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재활용될 것이라고 믿고 분리배출했지만, 실은 다양한 이유로 그저 버려지고 있었다는 반전. 그간 우리의 노력은 ‘똥개 훈련’이었나.

마트에서 발생한 테이프가 658톤, 상암구장 857개 분량이라는 정보만 언론마다 도배되었는데 아마도 구장 바닥에 펴서 발랐을 경우를 계산한 듯하다. 시민이 정작 알고 싶은 정보는 이런 감성적 선전을 위한 수치가 아니다. 시민의 수고로 회수한 자원이 어떤 사이클을 돌고 있는지에 대한 실시간의 투명한 정보일 것이다.

사용된 자원은 화학적으로 조성 변환을 거쳐 연료화 또는 자원화하는 화학적 리사이클, 소재를 재자원화하는 재료재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각으로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열회수(서멀 리사이클)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이 국제적 상식이다. 이중 도대체 뭐가 어디서 안 된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다른 선진국은 하는 이 일들이 어딘가에서 막혀 있다면 이는 비즈니스 찬스, 혹은 적극적인 공적 논의가 필요한 기회지만 이런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말이 있다. 업무 등을 게임을 하듯 한다는 말이다. 만약 분리수거와 같은 환경친화적 활동 또한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수치화되며, 적절한 보상이 있고, 스테이지 클리어의 쾌감이 있다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기업과 공공의 책임인 일에도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시민과 소비자의 탓을 한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를 없애면서 왜 바다생물 핑계를 대나. 정상적 경로로 쓰레기를 버렸는데, 그것이 바다로 흘러갔다면 그것은 대개 시민의 탓이 아니다. 이런 일을 처리하고 감시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있고, 그래서 세금을 내고 있다. 뭐든지 시민에게 떠넘기는 습성이 만성화되어 있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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