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거액 유자금을 쓰지 않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2% 달성조차 어려운 경제성장률이 국가적인 걱정거리가 되었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경제 현실을 나타내는 지표다. 내수 악화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이다. 지난번 언급한 지방자치단체의 불용액 68조원은 그래서 커다란 반향이 있었다. 중앙정부도 불용, 이월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기금과 특별회계라는 재정의 칸막이로 인해 한쪽에서는 돈이 남고 다른 쪽에서는 모자라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기금을 설치하면 이를 지원받는 이해관계자가 형성돼 운영의 왜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18년 기금계획안에 따른 여유자금 운용규모는 225조6000억원이다. 그런데 2018년 결산기준 사업성 기금 48개 중 여유자금으로 보다 적극적인 사업이 요구되는 11개 기금의 여유자금 합계는 총 14조3000억원이다. 또 기금 및 특별회계의 집행 방식 전환이 요구되는 주택도시기금·복권기금·에너지및자원특별회계 등 여유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45조원의 여유자금이 존재한다. 재정의 칸막이로 인해 방치되는 여유자금 규모가 45조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순세계잉여금 30조원을 훨씬 넘는 규모다.

국민건강에 해를 끼치는 석면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데도 석면기금의 경우 여유자금 505억원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도 사업비 대비 여유자금(1조3000억원)이 440%를 초과한다. 여기에는 장애인이 고용되는 것보다 고용되지 않아 부담금을 내는 것이 기금축적에 도움이 된다는 역설적인 이유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사업비 대비 여유자금 비율이 무려 1450%에 달한다. 국민체육진흥기금·복권기금·전력산업기반기금·에너지및자원특별회계·교통시설특별회계 등은 세수입이 지나치게 많아 방만한 사업을 하거나 불필요한 여유자금을 축적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스포츠토토 이익금이 주된 기금 수익원이다.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4조7000억원으로 로또복권 매출액(4조원)보다 많다. 복권기금은 과거 개별복권법에 따른 복권수익 지출의 칸막이를 헐기 위해 만든 복권 관련 통합기금이다. 그런데 여전히 과거 기득권 시절의 지출비율이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의 3.7%가 자동으로 적립돼 세원이 풍부하다. 이에 5조1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존재한다. 에너지및자원특별회계는 석유·LNG 등의 수입 및 판매부담금이 재원이 돼 2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존재한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이미 2009년도에 폐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교통에너지환경특별회계에 따라 휘발유 및 경유 소비세의 80%가 재원이 되어 여유자금이 7조원이나 존재한다. 일반회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재생 및 에너지사업·자원·미세먼지·자연환경·환경사업 등은 위의 기금 및 특별회계의 자금을 활용해 수행해야 한다. 돈이 없어 못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기금의 여유자금(적립금)은 2018년 말 기준 639조원에서 2019년 7월 이미 700조원을 초과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사업성 기금이 아닌 보험성 기금이다. 적립금을 보험금 지급 외의 사업에 쓸 수는 없다. 다만 적립금 운용방식을 현재의 금융투자 위주의 방식에서 임대주택 등 사회적 책임투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시장 안정화와 국민연금 기금의 안정적 수익률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더구나 저출산 극복은 아니더라도 악화를 막기만 해도 재정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도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