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극제 운영위원 김은미씨와 최수임씨 “연극으로 사회운동 필요성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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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대 위에 ‘인권’이 오른다. ‘차별의 논리를 거부하는 사람들,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연극으로 만드는 축제.’ 2014년 시작된 ‘인권연극제’의 소개말은 5년째 한결같다. 12월 22일까지 6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올해는 ‘움직이는 인권, 생각하는 무대’라는 부제를 덧댔다. 전 세계 인권운동가의 목소리를 전하는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가 공연된 지난 12월 10일, 서울 성북마을극장에서 인권연극제 운영위원 김은미씨와 최수임씨를 만났다. ‘쭈야’로 통하는 김씨는 연극연출가이며, ‘누리에’ 최씨는 사회적기업에서 활동한다.

인권연극제 운영위원 최수임씨(왼쪽)와 김은미씨.

인권연극제 운영위원 최수임씨(왼쪽)와 김은미씨.

“장애인·퀴어·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등을 다루며 각자 연극을 해오던 팀이 있었어요. 이들이 모여 소수자·약자·해고노동자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어보자, 그래서 하게 된 거죠. 연극판에서는 저희를 ‘연극 안 하는 애들’로 보는 게 있고, 시민운동 쪽에서 보면 직접 나가서 투쟁하는 게 아니에요. 경계에 있으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 인권을 만나고, 연극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김은미)

작품 대부분이 창작극이다. 전문 극단, 시민 극단, 청소년 극단 등 다양한 주체가 참가한다. 이들은 남과 북의 청소년, 게이 등의 삶을 이야기한다. 인권연극제 운영위원들도 13년간 복직 투쟁을 벌인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씨의 농성 일기를 다룬 낭독극 <정리해고가 한 일입니다>를 준비했다.

김씨는 “사회를 바꾸려는 활동이 꼭 운동가들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걸 전달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가 연극”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당사자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연극으로 끌어내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했다.

연극은 힘이 있다. 인권연극제 작품을 본 한 관객은 “사회문제를 알게 된 것이 조금 괴롭지만, 내가 이 사회에서 눈 가리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객은 연극이 끝난 후 누군가를 붙잡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2015년까지는 1년에 한 번 ‘연극제’를 열었다. 하지만 힘이 달렸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인권연극제 이어가기’라는 이름으로 간간이 한 편씩 올렸다. ‘쉬어가자’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작게라도 다시 한 번 모여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김씨는 “저희도 어떤 부분에선 소수자다. 연극제를 하면서 ‘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도 되는구나’라고 느낀다. 내가 나로 못 사는 불안감이 없고,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일호·우민정·좌동엽·김한솔 등 나머지 4명의 운영위원의 이름을 언급했다. 함께 인권연극제에 숨을 불어넣는 사람들이다.

내년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무대를 올릴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우리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은 변함없다. “더 이상 어떤 안 좋은 사건으로 인해서 힘든 작품이 올라가지 않았으면 해요. 꿈일까요?(웃음) 즐거운 인권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최수임)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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