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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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얼굴로 뒤돌아보지 말자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사회에 대한 고민은 삶에 대한 고민보다 늘 앞서 있었다.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열망이 앞서다보니 보다 나은 개인의 삶을 위한 고민은 사치로 치부됐다. 그래서 정작 사회에 나와서는 ‘당당한 사회구성원’이라는 허구를 표상할 ‘직업’ 선택이 쉽지 않았다. 얄팍한 지식과 결기로 노동 현장에도 기웃거려 봤지만 능력과 자질을 넘어 의지가 박약했다. 신념만으로 극복 가능한 것은 별로 없었다. 결국 결혼과 자영업의 시작으로 또 다른 삶의 현장에서 관계를 재형성하게 됐다.

[내 인생의 노래]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에 ‘일반 병사’로 진입해 생존경쟁의 칼날을 치켜드는 순간, 맨 먼저 베인 것은 나 자신이었다. 이혼은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에서의 내 위치와 평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부끄러움과 모멸감을 감당하지 못한 나는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삶을 리부팅하기 위해 도피를 선택했다. 그렇게 20대를 보냈고, 30대는 타지에서 시작했다.

이도 저도 충실히 못 할 바에야 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지고 싶었다. 내가 타려는 열차가 결국 종착지가 어디란 걸 알면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버리고 지옥의 끝이 어디인지 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했다. 때론 적당히 사기도 치고, 속이고 속고 했다. 연애도 해보고, 배신도 하고, 배신도 당했다. 식도락도 쫓아 봤고 여행 삼아 지방을 누볐다. 안 해본 것을 더 해보고 싶었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터부시했던 것들, 해보고 싶었지만 참았던 것들, 욕망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고자 했다. 그러나 욕망을 좇을수록 욕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치열한 선택을 하지 못하면 치졸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남는 건 후회와 초라한 자화상이었다. 돈 때문에 형성된 관계는 돈 문제로 틀어졌고, 빚은 남았지만 관계는 자연히 정리됐다. 그렇게 타지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40대 초반, 회한이 물밀 듯 밀려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마음 한구석 저 깊은 곳에서 항상 나를 괴롭히는 한마디의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너는 누구이고 너를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가? 너를 설명해주고 너를 대변해주는 관계는 어디에 있고 무엇인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말하는 관계의 빈곤은 가난함보다 더 가난한 인생을 말해준다.

그러나 관계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관계는 정산되지 않는다. 다만 잊힐 뿐이다. 기존 관계의 재구성은 이론일 뿐 현실은 새로운 관계의 형성으로 변화된다. 낚시는 그렇게 나의 쓸데없는 번민과 자존심을 바람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이 노래 한 곡과 함께.

단 한 문장의 멜로디가 우리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이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우리는 때때로 사나운 태풍이 지나가서야 내 모든 것을 무겁게 짓누르는 고민과 후회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바람은 저 앞에 무엇이 있건 없건 무심히 지나가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의 가사는 의역보다 직역이 더 낫다. 화난 얼굴로 뒤돌아보지 말자. 그래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무심히 제 앞길을 가면 된다. 하고 싶은 대로!

My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At least not today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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