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는 각종 상을 받은 내용을 주기적으로 홍보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행태가 지자체·공공기관과 언론사·민간단체 간에 ‘돈 주고 상 받기’ 혹은 ‘돈 받고 상 주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0월 경실련은 이색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시상과 관련한 기관의 예산집행 실태를 담은 것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언론사나 민간기관 시상 예산 지출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세금 사용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경향자료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 243곳 중 121곳이 시상과 관련해 629건에 49억원을 집행했고, 공공기관은 91개 기관이 43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는 경북 등 42개 지자체처럼 아예 정보공개를 거부한 곳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인천국제공항공사·국민연금공단·한국서부발전 등 91개 기관이 43억8100만원을 집행했다.
언론사와 민간단체의 수상을 위해 세금을 가장 많이 쓴 지자체는 전북 고창, 경북 김천, 충북 단양 3곳이다. 이들은 각각 3억3000만원, 2억9000만원, 2억5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체장 개인의 수상을 위해 예산을 지출한 곳도 있다. 경북 군위의 김영만 군수 등 7명의 단체장은 최고 2200만원 등 1억여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자체가 일차로 예산을 들여 상을 받고, 수상 소식을 알리기 위해 또 이차로 다시 예산을 써서 실적을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액수가 드러난 전부는 아니다.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말한 공개하지 않는 42개 지자체는 물론 상을 받아놓고도 지출내역 없다고 답변한 서울시 등 55곳도 있다.
지자체에 상을 주는 게 언론사 입장에선 하나의 수익구조인 셈이다. 동아·중앙·조선이 2018년 시상을 통해 각각 1억9000만원, 1억7000만원, 1억원을 챙겼고, 10여 개 언론사가 총 64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민간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능률협회는 45건에 7억원, 한국언론인협회는 31건에 1억5000만원 등 총 545건에 29억원을 심사비·참가비·등록비 등의 명목으로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민간기관에 돈을 주고 상을 받거나 후원명칭 사용에 따른 문제가 지적되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수상과 관련한 심의제도 도입과 조례·규칙 제정, 비용의 적정성 검토 및 한국언론재단을 통한 지출, 후원명칭 사용승인 규정 제정과 통합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2013년 조사결과 심의제도를 도입한 곳은 3개 지자체에 불과했다. 지금은 10개 지자체만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지출한 돈은 더 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자체의 광고비·홍보비 집행규모가 2014년부터 5년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연간 3000억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언론사와 민간단체 모두 지자체와 공공기관 외에 기업·협회·병원 등 기관이나 의사·변호사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시상식을 운영하고 있어 실제 시상과 관련해 오고 가는 돈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언론의 지자체장 치적 홍보에 대한 광고비 요구, 지자체의 광고비를 통한 지역 언론 길들이기, 특정 언론 광고비 편중 등이 매년 지방의회 예산심의 및 행정 사무감사 때 문제가 되고 있다. 변화된 시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세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