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는 인도·자전거도로 통행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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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인도에서 타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도로도 대개 인도 옆에 설치되어 있고, 경계가 희미한 경우가 많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가로수 등이 가로막고 있거나 인도를 지나지 않고서는 자전거 전용도로에 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인도에서 자전거와 보행자 간의 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지난 11월 1일 경기도 화성시 청계중앙공원에서 열린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전동킥보드) 실증운행 시승 체험 및 캠페인’에서 관계자들이 전동킥보드를 시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1월 1일 경기도 화성시 청계중앙공원에서 열린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전동킥보드) 실증운행 시승 체험 및 캠페인’에서 관계자들이 전동킥보드를 시승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로교통법과 관련 판례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자전거는 인도로 다녀서는 안 되고, 인도로 다닐 때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자전거 운전자가 진다고 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 2에 따르면 자전거도로가 있는 경우 자전거도로로 통행해야 하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경우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 법이 정한 특례에 의해 보도를 통행해도 될 때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시정지하거나 서행해야 한다. 몇 주 전 법원은 도로가 존재하지 않아 보도로 갈 수밖에 없는 길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자전거 운전자의 100% 과실을 인정했다. 시속 25㎞ 이상으로 움직일 때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는 전기자전거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조 1호에 따라 자전거와 마찬가지 제한을 받는다.

그렇다면 퍼스널 모빌리티(전동킥보드·전동휠 등)는 어떨까. 서울을 중심으로 전동킥보드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성행하고, 퍼스널 모빌리티의 수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도로가 아닌 보도에서 운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우선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므로 인도를 통행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자전거도로로 통행해서도 안 된다. 여러 제한도 있다. 전동킥보드 등은 안전기준 규칙에 부합하도록 제작·조립·수입한 자가 자기인증한 제품만 도로를 통행할 수 있다. 이용자는 도로를 운행할 때 자기인증 표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원동기면허 또는 2종 보통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헬멧 등의 인명보호기구를 착용해야 한다. 즉 전동킥보드를 인도·공원 등에서 통행하거나 도로에서 통행한다 해도 무면허이거나 만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전동킥보드의 운전자가 사고의 책임을 모두 진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재까지 사고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건이 없지만 조만간 사고가 발생하고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도로교통법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퍼스널 모빌리티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속도를 제한하고 안전을 위한 장치를 부가할 경우 자전거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 힘든 점, 퍼스널 모빌리티가 자동차의 운행보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 무엇보다 너무 엄격한 법이 오히려 운전자의 위반을 방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법을 변경할 경우에도 도로의 약자인 보행자에 대한 보호가 우선해야 하고 충분한 규제도 필요하다. 설령 그것이 4차 산업혁명, 혁신, 공유경제, 환경보호, 시대의 흐름 등 어떤 좋은 단어로 수식되더라도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한다’는 도로교통법의 대원칙을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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