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도둑’ 오인 박성민씨가 공개수배 전단에서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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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도둑 근황-아직 정신 못 차림.’

11월 중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편의점 카운터가 빈 사이, 손을 뻗어 돈을 훔쳐가는 한 남성의 CCTV 영상 캡처다. 여기에 공개수배 전단 사진이 덧붙여졌다. 상습사기 혐의로 수배된 제주 출신의 박성민씨(30)의 사진이다.

‘공항도둑’이라는 별명으로 당대의 고전이 된 인터넷 영상. 30대의 상습사기범 박성민씨라는 설이 있었지만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 유튜브 캡쳐

‘공항도둑’이라는 별명으로 당대의 고전이 된 인터넷 영상. 30대의 상습사기범 박성민씨라는 설이 있었지만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 유튜브 캡쳐

원래 ‘공항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은 영상은 2014년께 돌았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치던 남성이 자신을 휴대폰으로 찍는 편의점 점주에게 “왜 나만 문제 삼느냐”며 욕설을 퍼붓는 영상이다. 독특한 억양의 욕설도 인상적이지만, 비니를 눌러쓴 이 남성의 튀는 ‘공항패션’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1년쯤 지나 이 ‘공항도둑’의 신상이라며 같이 유포된 사진이 박씨의 공개수배 전단이다. 닮긴 닮았다. “너무 젊은 게 아니냐”며 갸우뚱하는 반응도 없진 않았지만, ‘공항도둑=박씨’는 거의 정설로 굳어졌다.

그런데 박씨의 얼굴이 실린 수배 전단은 예전에 지상파 영상을 탄 적 있다. 지금은 종영된 KBS의 <추적 60분>에서다. 필리핀 셋업범죄를 다룬 2016년 8월 3일 방영분 후반부에 나온다. 그는 정종우라는 가명으로 국제사기단에 참가한 인물로 인터폴 수배를 받았다.

실제 경찰청이 내놓는 공개수배 전단에도 2016년까지 박씨의 얼굴이 있던 것은 확인된다. 하지만 현재 공개수배자 목록에는 없다. 검거된 것일까. 2016년 필리핀 셋업범죄 편을 연출했던 담당 PD에게 물었다. “글쎄요.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검거되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고….” 다시 당시 공개수배를 걸었던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물었다. 수소문 끝에 돌아온 답은 다음과 같다. “2017년 사망한 것이 확인돼 검찰에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된 사건입니다.” 공개수배자 목록에서 박씨가 빠진 이유다.

앞서 ‘공항도둑 근황’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편의점 카운터 CCTV 영상이 유포된 시점을 추적해보니 2018년 2월 찍힌 영상이다. 그렇다면 그 영상 속 인물은 한 해 전 사망한 박씨의 유령이라는 말일까. 오싹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공항도둑’이라는 별명으로 영상에 나온 이는 박성민씨가 아니다. ‘공항도둑’ 아저씨의 ‘진짜 근황’을 아시는 분은 위 e메일로 연락해주시길. 기자도 궁금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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