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은 미래의 엔터테인먼트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수년 전 가상현실(VR)이 대중에게 소개됐을 때 업계에서는 가상현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업계의 기대만큼 빠르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역시 가장 큰 장벽은 가상현실 경험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하드웨어 구매비용이다. PC 기반 가상현실 헤드셋의 경우 현존 최고의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사양 PC가 필요하며 부담되는 가격의 헤드셋을 구매해야 한다. 반면에 PC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 가능한 헤드셋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성능이 떨어진다.

인기있는 가상현실 게임 중 하나인 AUDICA/스팀

인기있는 가상현실 게임 중 하나인 AUDICA/스팀

업계는 구매비용이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하지만 가상현실 콘텐츠는 높은 3D 그래픽 처리 성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고사양 PC가 필요하며 아직 이 부분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헤드셋의 가격을 낮추는 일이다. 이 문제에 가장 먼저 적극 나선 업체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3월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후 2년이 지난 2016년 3월 정식 소비자 제품 리프트 CV1을 599달러에 출시했다. 리프트 CV1은 펜타일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한쪽 눈당 1080×1200의 해상도를 제공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후속 기종인 리프트 S를 지난 5월 출시하면서 가격을 399달러로 책정했다. 제조는 레노보가 담당했으며 한쪽 눈당 1280×1440의 해상도, 5개의 내장 카메라를 통한 트래킹, 2세대 터치 모션 컨트롤러 등 여러 면에서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가격은 대폭 낮췄다.

다만 CV1이 OLED를 탑재하고 90㎐의 화면 재생률을 지원한 것에 비해 리프트 S는 LCD를 탑재하고 80㎐의 화면 재생률을 지원한다. 원가를 낮추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고해상도 및 개선된 기술을 이용해 오히려 화질은 개선됐다. CV1과 마찬가지로 리프트 S도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를 하지 않아 해외직구로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구매해 이용해본 결과 ‘스크린도어 현상’이 꽤 개선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크린도어 현상이란 픽셀과 픽셀 사이에 선이 보이는 문제로 국내에서는 일명 그물망 현상 또는 모기장 현상이라고도 한다. 가상현실 헤드셋의 특성상 눈 가까이에서 디스플레이를 보기 때문에 해상도가 낮으면 화면이 모기장처럼 보여 몰입에 상당히 방해가 되는 현상을 뜻한다.

리프트 S는 가격을 고려할 때 꽤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페이스북은 리프트 S와 함께 단독으로 이용 가능한 리프트 퀘스트 제품도 같은 가격에 출시했다. 리프트 퀘스트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해 PC 연결 없이 헤드셋만으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9월 오큘러스 행사에서 리프트 퀘스트를 PC와 연동해 보다 나은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는 오큘러스 링크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페이스북의 행보에 자극을 받은 경쟁업체들 또한 속속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 시장은 초기 기대보다는 느리지만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게임 배포 서비스 스팀에서는 이미 4000개가 넘는 가상현실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가상현실이 미래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이다. 아직 가상현실을 체험해보지 못했다면 헤드셋을 구매하거나 VR방이라도 방문해보면 어떨까?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IT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