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시간 연속근무 노동자 응급실행’ 소문, 석연찮은 회사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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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도 여쭤봐야 해서요.”

이 회사 이상하다. 물론 규모가 작으면 언론담당 부서가 없을 순 있다. 그런데 막 나간다. 전화를 받은 이는 경영지원실 직원이라고 했다. “담당자에게 전하겠다”는 첫날 통화 후 사흘간 아예 전화를 안 받는다. 보통 회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포트리스M’이라는 게임을 개발해 론칭한 ‘씨씨알(CCR)’이라는 회사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최초 폭로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에펨코리아 캡처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최초 폭로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에펨코리아 캡처

직장인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 “저 게임의 글로벌 론칭을 앞두고 관련 직원이 4일째 퇴근도 못 하고 근무하다 거품 물고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폭로’가 올라온 것은 지난 11월 4일.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을 넘어 취침시간도 없이 96시간 연속 근무 끝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튿날 오후쯤, 이 블라인드 글 캡처가 트위터와 각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졌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게임 관련 전문매체의 문의에 이 회사의 윤석호 대표는 “밤샘작업으로 몸이 아파 응급실에 간 직원이 처방전을 받아 회사가 비용을 지불했던 것”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진) 게시물이 악의적이라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론칭을 앞두고 오류 수정작업은 있었지만 자율근무제로 근로시간을 지키고 있으며, 96시간 연속 근무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밤샘작업으로 응급실에 간 것은 사실 아니냐.”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의 말이다.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문화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누군가 악감정을 가지고 없는 일을 지어낸 것일까. 그렇게 보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김 국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과장이 섞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경영상 무능의 문제다.” 애초에 부족한 인력에 무리한 일정 설계를 한 것도 경영진 측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결국 아무도 안 가는 블랙기업이 된 것이다. 외부와 인력교류도 없다보니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폭로’의 형태로 터져나온다. 황당한 사건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는 흔한 사건이다.” 정말 그럴까. 다시 회사에 전화를 해봤다. 여전히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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