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식약처 입장은 이해한다. 부작용,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때냐.” 지난 10월 28일 한 의학정보 전문 유튜버가 올린 영상의 언급이다.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암 치료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9월 중순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미국 말기암 환자 조 티펜스의 펜벤다졸로 암을 치유한 사연이 소개되면서다. 9월과 10월을 지나면서 전국 동물병원의 재고량이 바닥났다. 유튜브에는 ‘펜벤다졸 복용 몇 주차’라고 자신의 경과를 소개하는 말기암 환자들의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식약처가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난이 쏟아졌다.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았던 조 티펜스의 펜벤다졸 암 치료 주장 영상. / 유튜브 캡쳐처
“전화, 많이 옵니다. 말기암 환자 당사자로부터도요. 대부분 잔뜩 화가 나서 저희뿐 아니라 국민신문고 등에도 글을 올리고 있어요. 그분들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만….” 보도자료를 낸 식약처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대한암학회와 같이 낸 자료입니다. 적어도 종양내과 전문의들 중에는 펜벤다졸 복용을 지지하는 의견은 없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투여량이나 투여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고, 임상실험에서도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관련 부처의 의견으로는 복용을 권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펜벤다졸 논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특히 한국의 반응이 뜨겁다는 점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펜벤다졸(fenbendazole)’ 항목에도 암 치유효과 논란은 아예 언급되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일본 후생노동성 등 외국 정부기관에서도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없다. 현재까지 이 논란에 대해 정부기관이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펜벤다졸은 동물용 구충제다. 소관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복용 자제 권고가 식약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는 것이 식약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식약처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암 환자로서는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와도 같은 희망이다. 이 동물용 구충제가 암 완치의 길을 열 수 있을까.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펜벤다졸 항암제 임상실험 계획이 제출된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