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시련의 탑에서 저런 데 한 번도 안 들르고 공부한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할 사람 같음.” 한 누리꾼의 평가다. 시련의 탑? 한 건물 밖에 내걸린 간판들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사진을 보면 지하에는 PC방과 노래방, 24시간 운영하는 만화방이 있다. 1층에는 카페가, 2층에는 다시 PC방이 있다. 3층 당구장, 그리고 그 위에 독서실이 있다. 위 누리꾼이 ‘저런 데’라고 한 건 독서실 밑 유흥업소들을 말한다. ‘시련의 탑’이라는 별명이 붙은 까닭은 맨 위의 독서실을 올라가려면 거쳐야 하는 업소들의 유혹을 견뎌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서실 한 달 끊으면 PC방 10시간 정액권 주던 곳”이라는 증언도 있었다. 누리꾼들이 이 ‘시련의 탑’은 서울 노량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9월 17일, 가봤다.

인터넷에서 ‘시련의 탑’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노량진 독서실 건물. 현재는 남녀 전용 고시원으로 바뀌었다.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그런데 독서실이 바뀌었다. 고시원이 됐다. 남녀로 분리해 각각 다른 이름을 지었다. 고시원을 이용하려면 건물 2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PC방 할인권? 그런 거 없어요. 금시초문인데요.” 고시원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종전 독서실은 지난 1월에 고시원으로 바뀌었다. 바뀌기 전에도 4층은 여성, 5층은 남성 전용이었다.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시련의 탑’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역시 고시공부를 하고 있기에 아래의 가게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까운 데 유명한 학원이 있어 입지조건은 좋은 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5대탑’이라는 인터넷 밈이 돌았다. 시작은 서울역 앞의 ‘절망의 탑’으로 기억한다. 5층 건물의 4개 층을 대표적인 대부업체들이 임대해 붙은 별명이다. 경기 과천의 ‘십자군의 탑’은 건물 한가득 종파가 다른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간판을 내걸고 있다. 서울 연신내의 ‘생명의 탑’은 약국과 병원들의 간판 경쟁이 치열하다.
웃자고 붙인 별명이겠지만 주위 환경과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치열한 간판 경쟁 때문에 생긴 일이다. 노량진 ‘시련의 탑’의 경우 지난 1월 고시원으로 전환하면서 전체 간판 디자인을 바꿨다. 남녀 고시원 이름도 달리해 따로 간판을 내거는 등 나름 신경쓴 모양새다. 물론 유혹에 시달릴 고시원 고시생들의 ‘시련’은 계속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