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들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은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내지만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종(種)을 떠나 하나의 생명이 삶을 통해 성찰하게 되는 겸손한 깨달음을 교훈으로 전달한다.
제목 안녕 베일리(A Dog’s Journey)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9분
장르 드라마
감독 게일 만쿠소
출연 조시 게드, 데니스 퀘이드, 캐스린 프레스콧, 마그 헬젠버거, 베티 길핀, 헨리
개봉 2019년 9월 5일
등급 전체관람가

CGV아트하우스
짜장면과 짬뽕만큼이나 사람들의 취향을 구분하는 데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 개와 고양이다.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두 동물의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순히 개를 좋아하느냐, 고양이를 좋아하느냐의 취향을 넘어 사람들의 인상이나 성품을 갯과와 고양잇과로 구분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게 단순한 재미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점이다. 살다 보면 종종 이런 구분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때가 있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뉴스와 사회적 관심이 넘쳐나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빈번해졌다. 하지만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부쩍 늘어난 것에 비교해 개가 등장하는 영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개를 선호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 <안녕 베일리>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다수의 스태프가 실제로 반려견과 함께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편 <베일리 어게인>과 비교해 확실히 확장된 이야기와 영화 외적인 다수의 화제까지 동반하고 있어 이번 작품은 좀 더 많은 관객에게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갈 확률이 커 보인다.
베스트셀러 소설에서 시작된 2편의 영화
소설가 W. 브루스 캐머런은 아내 캐서린 미숑이 반려견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강아지가 죽었지만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나 그 목적을 찾는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했다. 그러면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했다. 2010년 출간돼 최고의 독자 평점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52주간 이름을 올린 <개의 목적(A Dog‘s Purpose)>이다. 국내에도 <내 삶의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애견인뿐 아니라 다수의 독자에게 지지를 얻었다. 우연히 ‘이든’이라는 소년을 주인으로 만난 반려견 ‘베일리’는 늘 자신이 태어난 목적을 궁금해한다. 몇 번의 죽음과 환생을 통해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되지만 처음 주인이었던 이든을 향한 그리움을 거두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태어난 삶의 목적을 깨닫게 된다.
소설의 독특한 설정과 성공은 당연히 영화화로 이어졌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사 ‘엠블린’이 제작을 맡고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의 스웨덴 출신 감독 라세 할스트롬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역시 세계적으로 2억 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국내에는 지난해 겨울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9만 관객을 동원했다.
<안녕 베일리>는 <베일리 어게인>의 속편이다. 전편의 결말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과 다수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지만, 전편과는 다른 한 소녀의 방황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개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편의 미덕을 유지하는 새로운 이야기
어느덧 나이가 들어 또다시 죽음을 맞게 되는 베일리(목소리 조시 게드)에게 이든(데니스 퀘이드 분)은 다시 태어난다면 다음 생에는 자신의 손녀 씨제이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이든의 간절한 부탁을 잊지 못한 베일리는 이번에도 여러 번의 생을 살며 씨제이의 곁에 머물려 노력하지만, 인간보다 짧은 생을 살 수밖에 없는 ‘견생’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성인이 된 씨제이(캐스린 프레스콧 분)는 뉴욕에 머물며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갖고 살지만,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아간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어릴 적 친구 트렌트(헨리 분)는 씨제이에게 헌신적인 도움을 주지만 주변에 둘러싸인 크고 작은 문제들은 끊임없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렇게 베일리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이란 여전히 심란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감독이 바뀌었지만, 영화는 전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프렌즈>와 <길모어 걸스> 등 다수의 드라마로 섬세한 연출을 인정받아온 여류 감독 게일 만쿠소는 전편의 감수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조급히 경망스럽지도 않고 지루하게 느리지도 않다. 견공들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은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내지만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종(種)을 떠나 하나의 생명이 삶을 통해 성찰하게 되는 겸손한 깨달음을 교훈으로 전달한다. 아마 다음 속편이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결말도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개 그 자체다. 솔직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견공들의 귀여운 외모, 연기만으로도 이미 관객들의 마음을 절반은 무장해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제작사로 중국의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로고가 뜬다. 영화 중반 중국인 가족이 등장하고 이 중 남자아이 ‘트렌트’는 영화 내내 등장하는 중요한 캐릭터라는 사실이 무관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네프리뷰]안녕 베일리-환생을 반복하는 견공의 눈에 비친 인간사](https://img.khan.co.kr/newsmaker/1343/1343_77.jpg)
중소영화사에서 수입 개봉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 속편은 CJ엔터테인먼트의 예술영화 브랜드인 CGV아트하우스를 통해 국내 공개됐다. 그래서인지 홍보도 전편과 비교하면 꽤 공격적으로 보인다. 여주인공 캐릭터의 본래 이름은 ‘클래러티 준’(Clarity June)이다. 이름이 길고 어려우니 극 중에선 머리글자만 따온 애칭 ‘씨제이’로 불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이름이 들릴 때마다 딴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CJ엔터테인먼트가 눈에 띄는 애정을 보이는 건가? 혼자만의 생각이다.
트렌트 역의 헨리와 씨제이 역의 캐스린 프레스콧은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단순한 동료 이상의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막역한 관계는 헨리가 한국을 방문한 프레스콧과 동행하며 촬영한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배역 대부분이 전편 그대로이지만 이든의 부인인 ‘한나’ 역은 페기 립튼에서 마그 헬젠버거로 교체되었다. 1960~70년대 히피 섹시 아이콘이자 퀸시 존스의 부인으로도 유명했던 페기 립튼은 이미 2004년 대장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인 와중에 <베일리 어게인>에 출연했었고 결국 올해 5월 세상을 떠났다. 뒤를 이어 한나를 연기한 마그 헬젠버거는 인기 TV 시리즈 <CSI: 과학수사대>의 캐서린 윌로우스 역할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는 더욱 친숙한 배우이기도 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