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된 자료 같은데 재개발 안 됐나요?”
8월 하순, ‘역세권 레전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에 대한 반응이다. 20년까지는 아니고 처음 사진을 본 게 15년은 넘은 것 같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1번 출구. 출구 바로 앞엔 전형적인 1980년대 스타일의 단독주택이 있다.

보배드림
역세권의 사전적 의미는 ‘전철역이나 철도역을 중심으로 경제적·상업적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이다. 장사나 상업적으로 유리한 위치라는 뜻이지만, 부동산 앱 등에 내놓은 방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지하철역에서 5~10분 거리 역세권’이라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역과 가까워 유리하다는 얘기다.
어쨌든 남태령역 1번 출구 앞집, 아직도 있을까. 찾아보니 있다. 지난해 7월 찍은 포털지도에 집은 그대로 나와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 집 모퉁이에 누수전문 설비사가 들어선 점이다.
동네 주민에 따르면 여기에 마을이 생긴 것은 30여년 전이다. 출구를 기준으로 약 200채의 집이 있다. 남태령역이 문을 연 날이 1994년 4월 1일이니 역 개통 몇 년 전쯤 마을이 형성된 것 같다. “1번 출구의 주이용객은 거의 마을사람들입니다. 마을은 시골 동네처럼 분위기는 좋은데….”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주차공간이 협소한데 인근의 사당역 등이 혼잡하다보니 외부 지역 사람이 출퇴근 때 동네에 불법주차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설의 1분 역세권 집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집은 1989년에 이모씨(71·여)가 지어 현재까지 거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을 지은 지 얼마 안 돼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생겼다. 동네 주민은 “역세권이라고 하지만 그분은 절대 집을 안 팔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남태령역 1번 출구 사진이 유명하니 때때로 찾아와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어 경계가 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말고도 이른바 1분 역세권으로 유명한 곳은 전국에 몇 군데 있다. ‘남태령역 1번 출구 집’과 함께 인터넷에 돌던 게 신이문역 5번 출구 바로 옆집 사진이다. 뉴타운 사업 추진으로 이 ‘신이문 역세권 집’은 헐렸다. 역세권 레전드 타이틀은 당분간 남태령역 1번 출구 앞집이 보유할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