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순수한 아이들의 위태로운 모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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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집>은 짐작대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혈연적 관계와 일상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주거공간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제목 우리집 (The House of Us)

제작연도 2019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92분

장르 드라마

감독 윤가은

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개봉 2019년 8월 22일

등급 전체관람가

롯데시네마 아르떼

롯데시네마 아르떼

전작 <우리들>(2016)이 끌어낸 호평과 성과를 생각하면 후속작에 대한 감독의 부담감이 꽤 컸을 텐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빨리 나온 편이다. 감독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빨리 찍으라는 주변의 조언에 그냥 충실했단다. 전작이 개인의 감정과 내면에 집중했던 만큼 이번에는 좀 더 외적이고 역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관계는 친구에서 가족으로, 공간은 동네 안에서 바깥 미지의 세상으로 확장된다.

매사 성실하고 공부도 잘하는 하나(김나연 분)는 다른 또래에 비교해 유난히 어른스러운 초등학교 5학년이다.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부모님 때문에 집안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그런 모습에 지친 오빠는 새로 사귄 여자친구에게만 애정을 쏟으며 바깥으로 나돈다. 하나는 우연히 마트에서 어린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를 만난다. 아직 어려서 당돌하고 겁이 없는 유진과 그런 동생을 애정으로 다독이는 유미를 보며 하나는 호감을 느끼게 되고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하면서 셋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하나의 엄마가 외국으로 떠나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미네 집은 전셋집에서 이사를 나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나는 동생들에게 약속한다.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물론 너희 집도!”

아이들의 세계를 꾸준히 탐구하는 여성 감독

제목 <우리집>은 짐작대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혈연적 관계와 일상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주거공간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사는 아이들의 만남은 처음에는 마냥 즐겁기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고민들을 깊이 있게 공유하게 된다. 문제는 분명한 가족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들의 자각을 어른들은 철저히 무시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하기로 작정하고 실행에 나서는데 이 실행은 위태롭지만 환상적인 모험이 된다.

“아이와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찍지 마라.” 영화판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선배들의 조언이다. 액면 그대로 성인 연기자들과의 작업과 비교해 통제가 몇 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가은 감독은 단편 때부터 꾸준히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시킨 영화들을 찍어왔다. 이유가 뭘까? 감독은 영화를 통해 과거 자신이 그 또래 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뒤늦게나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윤가은 감독의 작품들은 어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아이들의 세계에 억지로 구겨 넣은 작위적 거부감은 느낄 수 없다. 실제 카메라의 높이를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고,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들고 찍기를 고수하는 등 꾸준히 아이들과 작업을 해오며 쌓인 기교가 이번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빛을 발한다. 대사 하나하나까지 배우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여성 감독들의 성취가 종종 눈에 띄지만, 동심에 관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 변치 않는 윤가은 감독의 그것은 더욱 독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

어느 현장이나 나름의 분위기와 체계가 있다. <우리집> 현장에서는 아역배우들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시되었다. 아예 ‘<우리집> 촬영수칙: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해 공유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인지시켰다. 감독과 제작자가 함께 작성한 이 문서에는 주로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한 섬세한 주의사항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자와 평론가들에게 제공되는 보도자료의 앞부분에도 전문이 수록돼 공개되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데 배려와 관심이란 이런 것이었지 싶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비단 촬영현장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실천되어야 할 내용들이 어느새 의문이 되어 돌아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박해지는 것은 세상일까, 나 자신일까?

촬영수칙 중 가장 마지막인 8번째 내용을 여러분께도 전한다.

‘8.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우리집> 안의 <우리들>

[시네프리뷰]우리집-순수한 아이들의 위태로운 모험담

윤가은 감독의 전작이자 장편 데뷔작이었던 <우리들>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외 크고 작은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다. 비평계뿐 아니라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도 크게 환영받았는데, 2016년 한국영화를 평가할 때 중요한 성과로 기억된다.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던 소녀 선(최수인 분)은 새로 전학 온 아이 지아(설혜인 분)와의 새로운 우정을 꿈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오해를 바로잡으려 노력할수록 관계는 더욱 뒤틀려만 가고 상처는 깊어만진다. 아이들의 이야기로 그려졌지만 결국 어른들 입장에서도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해 잔인할 정도로 섬세한 시선을 유지하는 작품이다.

<우리집> 안에는 <우리들>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초등학교의 여름방학식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형식부터 그렇다. <우리들>에서 주인공의 4학년 담임이었던 선생님은 이번 영화 주인공인 5학년의 담임으로 다시 등장해 “이번 방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이외에도 요소요소에서 <우리들>에 출연했던 주요 배역진이 단역으로 얼굴을 비친다. 한 기자의 질문에 감독은 의도한 것이었다고 답한다.

“<우리들> 때 스태프들이 거의 그대로 작업을 하다보니 과거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은 어떻게 변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혹시 같은 생각을 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감독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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