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연구하고 스스로 발명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영국 서리대의 법학 및 보건학 교수 라이언 애벗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에 특허를 신청한 후 ‘인공지능이 발명가’라는 사실을 밝혔다. 특허 신청된 발명품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보다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식품용기이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비상경고등이다. 이번 특허 신청은 인간 발명가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안한 발명품에 대한 최초의 특허 신청이었다. 애벗 교수는 인공지능을 통한 발명 및 특허권 취득에 관해 학계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다부스가 만든 예술작품들/이매지네이션 엔진스
해외에서는 이번 특허 신청과 관련해 인공지능을 발명가로 인정하고 지적재산권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찬성론자는 인공지능의 발명품이 특허를 인정할 만큼 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지적재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수많은 발명품을 쏟아낸다면 기존의 특허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의 발명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발명에 사용된 인공지능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겠다. 이번 발명에 사용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이매지네이션 엔진스’의 CEO인 스티븐 탈러 박사가 만든 ‘다부스(DABUS)’다.
다부스는 이전에 초현실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으로, 탈러는 다부스를 의도적으로 정신장애를 지닌 인공지능으로 만들었다. 다부스는 인간의 신경망과 같은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정신질환, 환각, 주의력 결핍, 우울증, 조증, 인지능력 저하 등 다양한 정신적 불안상태를 모방한다.
이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천재가 창의적인 예술작품이나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즉 ‘불행한 천재’라는 개념을 인공지능 시스템에 접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부스의 개발진은 다부스의 신경망에 일종의 잡음을 넣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근본적인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모방해 감성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분야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탈러는 20여년 동안 ‘창조 기계(Creativity Machine)’라는 개념을 고집스럽게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는 인간의 뇌와 흡사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구현을 위해 1조개의 뉴런과 수백만 개의 개별 신경망을 탑재한 창조 기계를 개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과대평가하거나 또는 과소평가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신경망과 유사한 구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함으로써 인간의 사고체계와 정서체계까지 모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할 ‘가능성’을 갖고 있고, 또한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게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