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반일 호재 만난 ‘일본군 때려잡는 영화’

제목 봉오동 전투(The Battle: Roar to Victory)

제작연도 2019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35분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원신연

출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기타무라 가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개봉 2019년 8월 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쇼박스

(주)쇼박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잣대로 볼 때 이 작품은 이미 ‘무엇’이라는 부분에서 다른 모든 요소를 상쇄하고 남는 특별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충무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회자되었다. 이번 여름 가장 큰 흥행작은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봉오동 전투>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었다. 이유인 즉, 최근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반일감정과 구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분위기가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란 것. 인간사 전반이 그렇듯 영화의 흥행 역시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운이 따라야 한다. 맞붙는 경쟁작들과의 대진운도 좋은 편이어서 그들의 말처럼 지금의 사회·정치적 분위기라면 소위 ‘일본군을 때려잡는 영화’인 <봉오동 전투>는 상업적으로 애초 가능했던 성과 이상의 엄청난 호재를 누릴 여지가 크다.

1920년, 과거 마적 출신으로 지금은 독립군으로 활약하고 있는 분대장 황해철(유해진 분)은 뛰어난 사격술을 지닌 마병구(조우진 분)를 위시한 수하들과 함께 상부의 지시에 따라 봉오동으로 향한다. 이동 중 양민들에게 악랄한 만행을 저지르는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혹독한 악조건을 견뎌내며 전진하던 해철은 과거 자신이 교육한 훈련병이었지만 지금은 분대장으로 성장한 이장하(류준열 분)와 조우하고 그들의 임무가 단순한 봉오동 사수가 아님을 알고 갈등하게 된다. 한편 악랄하고 무자비한 야스카와 지로(기타무라 가즈키 분) 대장이 이끄는 일본군 월강추격대는 최신식 병기와 거대한 인원으로 해철 일행을 맹렬하게 뒤쫓고 두 무리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공방도 치열해진다.

굴욕의 역사를 지나 저항의 역사로

연출이 원신연 감독이다. 초기 단편부터 데뷔작 <가발>(2005), <구타유발자들>(2006), <세븐데이즈>(2007),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6)으로 이어지는 작품목록을 보면 그가 사회적 이슈나 작품성보다는 당대의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작품에 매진한 인물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흥행에 크게 실패한 작품도 없고 만듦새에 있어서도 큰 질타를 받은 작품이 없다.

감독은 천진우 작가가 쓴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크게 매료됐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주로 국권침탈의 굴욕과 피해자의 일방적 관점에 치중해 만들어졌지만, <봉오동 전투>가 일제강점기는 외면하고 싶은 아픈 역사가 아니라 기억해야 할 저항의 역사로 새로운 시각을 열기 바랐단다.

영화는 시작부터 전개까지 상당히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힘을 보여준다. 강렬한 사건들의 거침없는 묘사,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몇몇 장면은 꽤 감각적이기까지 하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의 조합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험난한 산세를 뛰고 구르는 그들의 힘겨운 열정은 화면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기에 뜻밖의 숨겨진 배역들과 한국영화 전유의 멜로 정서까지 더해지니 관객들이 원하는 여러 요소를 골고루 충족시키고 남는다. 문제는 중반 이후부터다.

느슨하고 불균질한 전개의 아쉬움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가야 하는 중반 이후부터 영화는 마치 극중 인물들처럼 앞뒤를 분간하지 못한 채 오로지 정신없이 내달리는 데만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야기는 붕괴되고 캐릭터들의 영혼은 증발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광활한 무대를 질주하는 인물들의 동선이나 사건의 전환도 관객들을 이해시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느낌이 강해진다. 나름 감각적인 연출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들도 있지만, 우연이 끊임없이 남발되고 관습적 요소들까지 반복되다 보니 결국 전반적으로는 느슨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잣대로 볼 때 이 작품은 이미 ‘무엇’이라는 부분에서 다른 모든 요소를 상쇄하고 남는 특별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관객들의 호의적 반응도 불을 보듯 분명해 보인다.

감독은 말한다. “<봉오동 전투>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로 이야기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어떤 관객은 역사로 느낄 것이고, 어떤 관객은 영화로 즐길 텐데, 영화로 즐기든, 역사로 즐기든 이 영화를 보시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걸작은 아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관객들이 원하는 오락영화로서 충실한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다. 여러 면에서 비슷한 발자취를 남겼던 제2의 <명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름 시즌 한국영화 4파전

[시네프리뷰]봉오동 전투

여름방학 기간은 극장가 최고의 성수기다. 예년 같으면 휴가시즌을 겨냥한 할리우드 대작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때인데 올해는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없다. 아마 이런 경우는 수년 만에 처음인 듯싶다. 덕분에 이번 주를 전후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4편이 올여름 경쟁하는 확실한 ‘빅4’로 언급되며 많은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대작 경쟁의 첫 포문을 열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관련된 가설 중 하나를 극화한 이 작품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연출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차분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역사 왜곡, 특정 종교 연루 등이 구설에 오르면서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뭇매를 맞고 있어 4편의 경쟁작 중 가장 불리한 상황에 놓인 형국이다.

7월 31일 개봉한 <사자>(김주환 감독)와 <엑시트>(이상근 감독)는 정면승부를 펼치게 되었다. 전통 오컬트 장르에 액션과 코미디를 접목한 <사자>는 박서준, 안성기의 신구 캐스팅이 이채롭다. 재난영화이지만 코미디에 방점을 둔 <엑시트>는 시종일관 터지는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숨가쁘게 내달리는 두 남녀의 모험을 코믹하게 그린다. 확실히 젊은 관객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소재와 장르의 두 작품이지만 먼저 영화를 접한 이들의 평가가 천차만별이라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모로 가장 늦게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가 장르적으로나 사회적 분위기로나 가장 유리한 처지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결과가 호사가들의 예상대로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