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센터 설립 지역경제 활성화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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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온갖 정보를 순식간에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 정보들도 어딘가에서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클라우드라고 추상적으로 말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데이터들은 데이터 센터라는 물리적 건물에 전기적으로 격납된다.

마치 임직원의 업무공간이 필요하듯이, 인터넷에서 사업하는 모든 이들은 고객정보 또는 판매될 가상의 재화가 보존될 공간이 있어야 한다. 다른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이를 위해 직접 자기 건물을 지니는 기업도 있고, 일부만 임대하는 기업도 있다. 요즈음은 물리적 공간을 아예 신경 쓰지 않게 하는, 정보의 위탁관리업인 클라우드가 유행이다. 어떠한 선택지를 누가 고르는지는 기업 규모와는 무관한데, 심지어 자신의 데이터 센터가 곳곳에 있는 애플조차도 클라우드 업자 아마존에 매달 300억원씩 또 지불하고 있을 정도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데이터 센터./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제공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데이터 센터./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제공

물류센터를 필요에 따라 짓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그 자체가 부동산 투자의 어엿한 수익물건이 되는 것처럼, 정보의 창고도 어엿한 부동산업의 형태를 지니기 시작했다. 데이터 센터를 제대로 짓는 것은 택지 확보 및 각종 규제로 번잡하니 디벨로퍼가 이 리스크를 지고 처리한 후 이용하려는 통신사업자나 인터넷 회사들에 임대를 하는 구조가 전세계적으로 정착 중이다. 심지어 관련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까지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특정 국가에 진출을 한다고 할 때 물리적 부동산을 굳이 소유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사옥을 짓듯 거대 데이터 센터를 소유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네이버도 강원 춘천에 이어 경기 용인에 데이터 센터를 지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님비(NIMBY)로 4차 산업혁명에 먹구름이 끼였다며 기사화되곤 하는데, 문제가 된 곳처럼 학교와 주택가 사이라면 근린생활시설이나 상주자라도 많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업체가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 또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적어도 춘천의 선례를 볼 때 데이터 센터가 그렇게 보이지 않았었나 보다.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 우리는 데이터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 만약 데이터 센터를 혐오시설로 보이게 만들었다면 아쉬운 자업자득이다. 인간은 미지의 대상에 두려움을 느낀다. 무언지 알 수 없는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나타나 접근 금지라고 선언하면 생리적으로 거북한 일이다.

그렇다고 격·오지로 보낼 수는 없는 것이 아무래도 각종 설정 및 유지·보수 등으로 들락날락할 일이 많아서다. 또한 정보의 속도와 지연 역시 물리적 제약을 받기에 최근에는 ‘에지(edge)’라 하여 데이터 센터를 수요처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두는 것 또한 추세다. 다행히 다른 지역들이 손을 들고 있다고 한다. 데이터 센터란 두려운 곳이 아님을 알리고, 그 첨단의 이미지를 어떻게 지역경제와 나눌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고객정보가 담긴 데이터 센터이기에 비밀리 보안시설로 운영하고 싶어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구글처럼 360도 증강현실 버추얼 투어를 진행한다거나, 일본 지방 데이터 센터처럼 견학 투어 코스를 마련한다거나 하는 소통 의지는 공장을 친근한 것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몰을 만들거나 기부채납으로 일부를 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성공적인 데이터 센터는 그 지역에 다른 데이터 센터를 또 불러오니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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