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에서 국내 기술로 만든 세계 최초의 5G 기반 자율주행차가 일반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이 행사는 서울시,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서울시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자율주행차량 탑승 신청도 받았다.

KT 제공
서울시와 국토부는 앞으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일대를 자율주행차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지정해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여러 기관들이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SK텔레콤, KT, 삼성전자, LG전자 등 15개 기업과 연세대, 국민대 등 2개 대학이 참여했다.
그런데 행사에 참여한 모든 자율주행차가 시속 20㎞ 이하의 느린 속도로 주행했는데도 SK텔레콤의 자율주행버스가 중앙선을 침범하고 러버콘과 부딪쳐 사람이 수동으로 운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일시적으로 GPS 신호가 불안정해 오작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GPS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중앙선을 침범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율주행차의 작동 메커니즘을 간략히 살펴보자. 운전자가 운전을 할 때 시각, 청각 등을 이용해 주행환경을 계속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운전대를 조종하고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처럼, 자율주행차에서는 여러 센서들을 통해 데이터가 취합되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주행을 하게 된다.
자율주행차가 주행 환경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레이더(RADAR·전파 이용), 라이다(LiDAR·빛 이용), 소나(SONAR·음파 이용) 등의 다양한 센서들이 이용된다. 또한 자율주행차를 위한 정밀 지도와 GPS, IMU 등의 센서들을 이용해 차량 위치를 측정한다. GPS 값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터널이나 지하에서는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IMU를 이용한다. IMU는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등의 여러 센서들이 조합되어 있는 모듈 형태의 장치로, 각각의 센서에서 취득한 데이터를 종합하고 특유의 측정 알고리즘을 이용해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차량의 위치를 측정한다.
이처럼 다양한 센서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자율주행차는 올바르고 안전한 주행을 하게 된다. 어떤 한 센서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했다고 차량이 오동작을 한다면 자율주행차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러므로 SK텔레콤의 GPS 때문이라는 해명은 행사에서 시연한 차량이 사실상 제대로 만들어진 자율주행차가 아니라는 ‘고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SK텔레콤은 “이번 테스트베드 공개를 계기로 5G와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을 융합해 국내 자율주행 연구의 ‘퀀텀점프(quantum jump)’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고난도의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퀀텀점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구글과 웨이모가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총 10년을 투자했다. 자율주행 연구에 퀀텀점프를 바라는 한 오히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인재, 환경, 개발 기간에 대한 충분한 투자만이 답이 아닐까.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