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ㅋㅋㅋ 이런 게 역차별이지.’ 한 페이스북 그룹 제보 사진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한 축제장의 모습이다. 임시로 설치된 화장실 칸마다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컨테이너는 모두 3개. 그 중 둘은 분홍색, 여성 전용이다. 문제는 나머지 하나다. 컨테이너당 칸은 2개 있는데, 남성 칸 하나까지 여성들이 ‘점령’했다는 것이다. ‘생리구조상 여성에게 더 많이 배려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총 6칸 중 남성에게 주어진 2칸에서 하나까지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불만이다.

남성용 화장실 칸까지 여성 대기 줄에 점령당했다며 제보된 사진. 지난 4월 27일 대구 풍등축제 행사장이다./ 에펨코리아
역차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법률’까지 꺼내들었다. 최근 개정된 법 7조를 보면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자화장실의 대·소변기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법 때문에 멀쩡한 남자화장실의 변기를 뜯어내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페미 묻은 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하나씩 확인해보자.
“기다리던 남자들은 다 화나지만 속으로 삭이는 듯 했어요. 현장 통제요원들에게 항의했는데 별 소용 없었고요.” ‘한국성평화연대’ 단체를 통해 연결된 최초 제보자 한승우씨(26·사업)의 말이다.
제보자 한씨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축제는 대구 풍등축제다. 사진이 찍힌 날은 4월 27일. 행사를 담당했던 대구시 문화정책과 관계자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봤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오른쪽 2개가 여성전용인 것은 맞는데, 다른 하나가 멀티컨
테이너예요. 남성용 하나, 여성용 하나로 구성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남성 전용 화장실의 한 칸을 여성들이 점령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5대 1은 조금 심한 것이 아닐까. 대구시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았던 셈인데, 남성 쪽에서는 그런 불만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쪽 말고도 반대쪽에도 6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쪽은 여성전용이 아닌 남녀 멀티(컨테이너)가 3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행사장에 설치되어 있던 화장실 총 12칸 중 4칸은 남성용, 8칸은 여성용이었다는 설명이다.
공중화장실법 편향 개정 논란과 관련해 주으뜸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사무관은 “법 취지는 남자화장실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법 7조는 최근 개정된 것이 아니라 2014년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화장실 관련 법을 통합·신설했을 때부터 있던 조항”이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