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인이 쓸 수 있는 무료 인터넷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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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타링크(Starlink)는’ 지난해 11월 미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1만1943대의 위성 발사를 승인받았다.

머스크는 대표적 몽상가. 그의 꿈은 전세계 방방곡곡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 제안은 위성이었다. 미개척지로 접어들수록 유선은 언감생심, 무선 인터넷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은 아프리카의 사정만 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타링크는 아예 지구를 촘촘한 위성으로 엮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민간 우주탐사의 선봉장인 스페이스X를 지니고 있는 만큼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는 5년 이내에 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AP연합뉴스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AP연합뉴스

우주에 관심이 많기로는 블루오리진을 데리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아마존 역시 이달 초 저궤도 인공위성군을 통한 고속인터넷 제공 사업을 공표했다. ‘프로젝트 카이퍼(Kuiper)’라 불리는 이 계획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서류를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3236기의 위성을 발사하는 것으로 머스크의 구상과 흡사하다. 머스크는 이 움직임을 두고 카피캣, 즉 따라쟁이라고 트위터에서 놀려댔다. 이해가 가는 것이 프로젝트 카이퍼를 이끌 임원으로 전직 스타링크 임원을 고용했기에 마음이 상할 법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꿈은 이 두 명의 억만장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이미 2015년 삼성전자가 ‘천국으로부터의 모바일 인터넷’이란 제목의 상세 연구·개발 리포트를 발표했다. 4600대의 위성을 가지고 결국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다.

미실현의 몽상으로 치자면 페이스북의 ‘아퀼라(Aquila)’도 있었다. 보잉737 크기의 V자 모양 무인기인데, 태양열로 구동되는 이 무인비행기가 벽·오지를 날면서 인터넷을 제공해주자는 것이다. 이 공상과학적 시도는 안타깝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실험으로 끝난다. 페이스북은 지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방향 선회해 아테나 위성을 쏘아 올릴 생각을 하고 있음이 지난해에 드러났다. 스타링크보다 1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인 실행면에서 제일 빠른 것은 벤처기업 원웹(OneWeb)이다. 코카콜라나 버진과 같은 기업들로부터 3조원이나 조달했는데, 이미 위성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하늘 위가 빽빽해질 듯한데, 잘들 할 수 있을까 다소 신경 쓰인다.

이들은 모두 전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인터넷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이 많다. 올 3월 기준 세계 인구 77억명 중 인터넷 사용자는 43억명. 드디어 절반은 넘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의 인구가 인터넷조차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그리고 의외로 아시아의 사용률이 낮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55%를 차지할 정도의 큰 덩어리다.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터넷은 공기나 물처럼 생존권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인터넷를 하지 못하는 것은 세상에서 배제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도처의 난민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가폰과 유심 등을 확보하려고 한다. 인터넷 너머에 희망의 끈이 있어서다. 가족과 메신저로 연락하고 지원자들과는 구글 통역으로 만난다. 중국의 저소득층도 스마트폰은 가지고 다닌다. 인터넷 너머에 생활의 끈이 있어서다. 알리페이나 위챗으로 오늘의 일당을 번다. 인터넷에 있을 권리. 이를 또 다른 기회로 본 거물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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