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교재에 실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일베 합성사진’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노무현재단은 출판사를 상대로 민·형사소송 및 시민참여 집단소송을 진행할 방침을 밝혔다. 이 사건의 추이를 살펴보려면 포털 뉴스 등에서 ‘노무현재단’을 검색해보면 된다.

<공병이야기> 책에 실린 고대 로마군단의 설명과 사진. / 오늘의 유머
여기서 파생된 이야기. 출판사는 어떻게 저런 이미지를 싣게 됐을까에 대한 누리꾼 토론이 있었다. 누군가의 악의적 의도인가, 아니면 단순 실수인가. 한 누리꾼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검수? 그게 뭐임? 우걱우걱.” 그리고 제시한 이미지. ‘고대의 전장에서 신속하고 우수한 기동로를 가진 최강의 로마군단’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사진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군장은 로마군인인데, 지프에 30구경 기관총까지 무장하고 있다. 딱 봐도 고대 로마군단일 리 없다. 출처는 무려 ‘플리커’. 출판사가 아무 사진이나 검증 없이 막 쓰는 경우가 꽤 있다는 예시다.
출처를 찾아보니 2015년 출판된 <공병이야기>라는 책의 한 페이지다. 지금도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붙인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신문 서평도 있다. 출판사에 문의해봤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는 저자 분이 가져다준 원고를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썼을 뿐인데.” 출판사 편집장의 말이다. 전후 사정을 설명해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아니, 교학사 같은 큰 출판사에서 벌어진 일과 우리 같은 영세출판사를 같은 레벨에서 평가하는 건 뭔가 문제 있지 않나요.” 검수 책임이 출판사 규모에 따라 다를까.
저자에게 문의했다. “지금은 구할 수 없을 텐데…. 한 100권이나 팔렸나?” 아직 품절된 책은 아니다. “아, 그거 내용이 너무 딱딱한 것 같아 쉬었다 가라고 일부러 넣은 것입니다.” 의외로 쿨하다. 마감을 앞두고 출판사 대표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왔다. 그런데 앞서 출판사 편집장과 비슷한 이야기다. 자비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이고, 출판도 저자의 뜻에 따르기 때문에 법적 책임도 저자가 지도록 계약서 작성단계부터 명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었던 질문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