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남 구하는 영상,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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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진 한 남자. 벽에 휴대폰과 가방을 던져버리고 기차 플랫폼 바닥에 쭈그려 앉는다. 이어 들어오는 급행열차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유모차를 끌고 가던 여성이 달려들어 간발의 차로 이 남성을 쓰러뜨려 구조한다. 지난 3월 20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이다. ‘자칫했으면 둘 다 죽을 위험한 상황’, ‘자살 막은 여자가 더 대단’ 등의 감상평 끝에 이런 댓글이 붙어 있다. ‘이거 가짜라고 합성영상 만든 사람이 사과했음요.’ 사실일까.

이토렌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에서 캡처

이토렌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에서 캡처

이 영상이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지난해 1월 중순 무렵이다. 가짜영상 논란은 그때도 있었다. ‘가짜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요 근거는 CCTV 영상으로 되어 있지만 CCTV가 찍힐 각도가 아니라는 점, 열차가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데도 위의 전기선 움직임이 없다는 점 등이다. 좌절하는 남성의 모습 등이 ‘너무 드라마틱하다’는 점도 의심의 대상이었다.

유튜브 등에 ‘한 영국 여성의 영웅적인 행동’ 등의 제목으로 등록된 영상을 보면 이 사건은 2017년 9월 10일 영국 뉴캐슬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되어 있다. 누리꾼 추적에 따르면 해당 역은 영국 런던 근교의 트링역으로 확인된다. ‘가짜’라는 의심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지난해 1월 18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철도를 관할하는 영국 교통경찰(BTP)이 “해당 영상의 진위를 검증하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영상의 소스가 CCTV라면 원본이 나온 쪽은 앞의 교통경찰이나 철도회사일 텐데,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SNS를 통해 논란은 계속된다. 한 누리꾼이 트위터를 통해 ‘정글크리에이션이라는 회사가 페이스북 바이럴용으로 만든 영상’이라고 주장하자, 이 회사는 바로 댓글을 달아 ‘우리는 그런 영상을 만든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에서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로저 마크는 “트링역에 저 앵글을 커버하는 CCTV는 없고, 저 위치에 사람들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없다”며 “100%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처음 누리꾼이 댓글로 주장했던 ‘합성 당사자의 사과’는 기자의 검색능력이 달려서인지 찾을 수 없다. 혹시 이 영상과 관련해 달리 밝혀진 팩트가 있다면 메일로 알려주시길.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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