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늘이 파란 이유와 자물쇠가 작동하는 원리 같은 일상과 연관된 질문을 했다.
먼저 하늘이 파란 이유를 아는가? 혹은 자물쇠가 작동하는 원리를 아는가? 이런 질문에 “안다”고 대답하면 ‘호기심 많은 꼬마’ 게임이라고 하는 질문이 시작된다. 꼬마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질문에 대답을 하면 질문자가 ‘호기심 많은 꼬마’가 돼 “그건 왜요?”라고 묻는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고 답했지만, ‘왜?’를 묻는 추가 질문에는 한두 개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IT 칼럼]근거 불분명한 게임 심의의 ‘지식착각’](https://img.khan.co.kr/newsmaker/1318/1318_49.jpg)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지식착각’이라고 부른다. 후속 연구에 의하면, 지식착각은 익숙한 것에서 더 잘 일어난다. 또 익숙한 것들은 좋은 것으로 인식한다. 우리는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잘 안다고 착각하며, 특별히 좋을 이유도 없는 것들을 좋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식착각’을 떠올린 계기는 지난달 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심의를 받지 않은 플래시게임이 공유되는 사이트에 시정권고를 내려 이게 받아들여지면서다. 게이머들은 상업적인 목적도 아닌 데다 청소년들이 올린 게임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분노했다. 그 분노는 대체로 서비스 중지를 통보한 게임위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게임위는 법률에 따라 조치한 죄밖에 없다. 분노의 핵심은 법률로 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법률이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되도록 방치한 이들 혹은 기관으로 향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근거가 불분명한 ‘게임 심의’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착각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해 ‘호기심 많은 꼬마’ 게임을 시작할 때다. 근본적으로 게임 심의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번 사태의 핵심도 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난 정말 궁금하다. 헌법 21조에 나온 ‘표현의 자유’와 ‘사전검열 금지원칙’이 왜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재산권 등 다른 기본권에 비해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점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과거부터 해왔다’라거나 ‘다른 나라도 한다’는 답변은 ‘왜’란 질문의 답으로 적절치 않다. ‘왜 밥을 먹느냐?’란 질문에 ‘어제도 먹었으니까’나 ‘친구도 먹으니까’가 답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게임의 부작용’ 때문이라면 부작용의 객관적 증거와 그에 따른 명확한 방지의 원리를 들어야 한다. 적어도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알고 있지 못하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