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열풍이 거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의하면, 연평균 27.4%씩 고속 성장해 2021년에는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우리나라는 e스포츠 발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경향DB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를 보면, 2017년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 성장률은 4.2%였다. 전세계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또 세계 시장규모 대비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비율도 2015년 18.9%, 2016년 16.8%, 2017년 13.1%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세계 시장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주국 대한민국 e스포츠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지 않는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오지엔(OGN)이나 스포티비 게임즈와 같은 케이블 기반의 e스포츠 방송사의 -5%라는 역성장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이들 매체는 e스포츠를 중계해주는 미디어의 표면적인 역할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e스포츠 경기와 일반 스포츠 경기를 비교해보면 이들 방송의 숨은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스포츠는 방송이 없어도 경기가 가능하다. 운동장과 선수, 그리고 심판 등의 운영진이 있으면 경기를 팬들이 관람하는 데 지장이 없다. 만일 e스포츠가 일반 스포츠의 상황과 동일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e스포츠 경기는 온라인에서 벌어진다. 이것을 누군가가 오프라인 화면으로 전환해주지 않으면 관중은 경기를 하는 선수의 모니터 뒷면이나 선수의 뒤통수만 보게 될 것이다. 그냥 동네 PC방에서 실력 좋은 고수의 활약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설령 개인 모니터가 큰 화면이라고 해도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전환되는 경기 장면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e스포츠 방송은 e스포츠 경기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것이다.
e스포츠 방송이 침체되는 것과 대비돼 온라인 e스포츠 스트리밍과 종목사의 경기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양상이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기존 방송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스트리밍의 경우 대부분 방송사에서 제작한 화면을 기반으로 자체 중계를 하거나 참여자나 상금규모가 비교적 작은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경험이나 규모의 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방송사가 구축한 공신력이라는 요소를 갖추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이 공신력은 필요할 때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종목사의 직접 제작은 자사의 종목에 특화된 시설과 방송을 추구한다. 더없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해당 종목의 인기가 사라지면 시설과 인프라가 사장될 위험이 상존한다. 또 종목마다 e스포츠 방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복투자도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기존의 e스포츠 방송은 새로운 종목의 e스포츠화를 위한 파트너이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던 셈이다.
방송이 담당했던 중요한 역할들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방송의 침체는 곧바로 e스포츠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방송 영역을 사적인 비즈니스 영역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