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가 점점 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활황이라고 한다. ‘아마존 고(Go)’처럼 무인주문기의 수준을 넘어 다수의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동원한 최신 무인화점포 기술이 세계 곳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스탠더드 코그니션의 무인계산대 솔루션은 필요한 장비수를 아마존 고보다도 줄였다.

사진/김기남 기자
설비투자(CAPEX)를 운영비(OPEX)로 대체하는 유연한 경영전략이 클라우드 시대를 이끌었는데, 운영비 상승이 아까워 설비투자를 감행하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건비 상승폭을 설비투자비보다도 더 무서워한다. 유연하게 클라우드화되는 것은 설비가 아니라 고용이었다.
임대료가 두려워 아예 점포 없이 주문앱으로만 영업하기도 한다. 클라우드에서 서버를 월정액으로 빌리듯 주방을 빌려 쓰는 공유주방, 중앙 공급식 주방 공장인 센트럴 키친 등의 트렌드를 보면 퇴사자들의 최후의 보루 먹거리 자영업도 클라우드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공상과학적 인공지능의 습격이 아닌 지루한 전산화인데도 이 정도다. 더 저렴하게 더 고성능이 되어가는 덕이다. 이 진보는 예측 가능한 가속도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금까지는 힘들어 보였던 일들도 이제는 약간의 사회적 요구만 있다면 기다렸다는 듯이 변화를 시도할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게 된 덕이다. 사회 곳곳, 우리가 평소에 악수를 하던 모든 현장에 그에 특화된 앱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제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기술의 변화속도와 비교하면 노동자의 변화속도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이 변화 속에서 내일의 일거리를 찾으면 좋겠지만, 기술은 대체하기 쉬운 노동부터 대체한다. 대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다.
모두가 하던 걸 앞으로는 한 명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한 명의 일자리는 고도화돼 아무나 갑자기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게다가 이런 사업이 많이라도 생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용자의 데이터와 플랫폼 역량은 아무나 가질 수는 없으니 ‘부익부 빈익빈’이다.
사라져가는 일자리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들을 ‘생활의 달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해왔다. 차곡차곡 모아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사고 그렇게 중산층이 되어 가는 보람이 사회를 지탱했다. 이 기대가 무너지는 절망의 끝에 오는 것이 미국의 경우 트럼프의 탄생, 영국의 브렉시트, 프랑스의 노란 조끼였다. 성장이 둔화된 선진국들이 하나같이 겪는 전세계적 현상이다.
우리에게도 ‘자리’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내 자리를 법이 지켜줄 수 있으면 최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밥그릇을 지켜준다고 속삭이는 이들을 위해 깃발을 든다. 노동의 마진을 가져가던 중개업자들은 노동자들에게 깃발을 쥐여주고 뒤로 빠진다. 다른 집단을 혐오하는 작금의 문화도 결국 이 사회의 누군가가 내 몫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서다. 달라질 미래 사회를 위한 제도를 설계하는 일에 쓰여야 할 에너지는 보통 이런 공회전에 소모되고 만다. 상황이 이러니 법과 제도가 자리를 지켜주기로 한 직업에만 청년들이 몰린다.
자리에서 일어나야 저 멀리 보이고, 또 함께 앞으로 움직일 수 있으련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기술의 진보가 우리를 노동으로부터 해방해주고 그 잉여를 다 함께 나누는 유토피아란 세계 어디에서도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