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결제란 격자무늬 바코드인 QR코드(Quick Response code)를 이용해 결제를 하는 것인데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판매자가 생성해 놓은 QR코드를 구매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어 결제하는 MPM(Merchant Presented Mode) 방식과 구매자의 스마트폰에서 생성된 QR코드를 판매자가 스캔해 결제하는 CPM(Consumer Presented Mode) 방식이다.
![[IT 칼럼]제로페이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https://img.khan.co.kr/newsmaker/1312/1312_51.jpg)
전세계에서 QR결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QR결제가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중국에서 QR결제가 성공한 반면에,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QR결제가 불편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제한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내용이 이 글의 핵심인데, 먼저 중국 상황을 좀 더 살펴보자.
중국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가 QR결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신용카드 때문이다. 중국은 신용카드 이용률이 낮다. 신용카드를 보유한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적기 때문이다. 국토가 넓고 카드사,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신용카드나 선불카드 등 여타 결제 시스템의 보급이 더디게 이뤄졌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오프라인 상거래와 온라인 상거래에서 모두 상당한 불편함을 겪었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중국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결제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반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7년 29.9조 달러에서 2023년에는 96.7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모바일 결제의 대부분은 QR결제이며, 중국의 QR결제는 주로 사용자가 충전해 놓은 금액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는 QR결제가 활성화된 반면, 한국 시장에서 QR결제는 여태까지 거의 쓰이지 않았으며 최근 들어서야 겨우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 BC카드의 QR결제 등이 출시되면서 조명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QR결제를 이용해보면 누구든지 느끼겠지만 MPM 방식과 CPM 방식 모두 번거롭고 불편하다. 현금거래가 위주였던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QR결제가 편한 방식이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하나쯤은 다들 소유하고 있고, T머니, 삼성페이, 문화상품권(컬처캐시) 등 선택가능한 다른 결제방식들도 많다.
뒤늦게 정부가 자영업자 수수료 0%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제로페이 보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본질을 앞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질은 ‘정부나 자영업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결제방식의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QR결제는 불편하며,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써야 할 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벤트를 하면 잠시 이용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혜택이 없어지면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QR결제 이용 시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생명 연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로페이의 경우 수수료 0%의 수익구조라는 근본적인 제약으로 인해 과연 마땅한 방법이 있을까? 마지막 한마디. 불편하면서도 새로운 결제시스템의 개발은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