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뇌관,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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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ZTE와의 연습경기에서 그 실력을 보여준 미국은 이제 더 크고 중요한 화웨이라는 본게임에 임하려 한다.

미국과 중국. 단순한 통상마찰이 아니라 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화웨이의 CFO이자 창업자의 딸이 체포되는 등 노골적이자 직접적인 중국 견제가 시작되었다.

‘MWC 2018’에 마련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부스에 5G 라우터와 AI 스피커가 전시돼 있다. /촬영 임아영 기자

‘MWC 2018’에 마련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부스에 5G 라우터와 AI 스피커가 전시돼 있다. /촬영 임아영 기자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국에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명분을 살리는 최우선 과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서방세계를 그대로 베껴서 이룩한 경제성장의 답례로 무역적자와 산업구조의 와해를 안겨주고 있으니 원성을 모으기도 쉽다.

시범케이스 화웨이는 그 압도적 가성비뿐만 아니라 제대로 5G에 대응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로 소문이 나 있다. 명확한 목표가 주어지면 어떠한 고난의 행군도 견뎌낼 수 있는 중국의 체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경쟁에서 자신의 입지를 잃은 이들은 속이 뒤틀린다.

그들이 중국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유는 중국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제품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의 성취란 저렴한 인건비와 시간을 압축하는 동원력의 결과다. 중국식 노력주의만으로는 좁혀지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서방세계에 의존하는 것이다.

IT만 봐도 미국산 운영체제, CPU뿐만 아니라 스택오버플로와 깃헙 등 글로벌 커뮤니티에 중국의 생산성은 의존하고 있다. 그 생산성과 무관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따위만 중국은 막아 놓았으니, 공부만 강요하는 극성부모 밑의 수험생 상태다.

‘중국제조 2025’라는 국책 완수를 위해서라면 지적재산권도 적당히 뭉개고, 무리해서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때로는 사이버 공격도 감행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라지 않아도 된다는 당당함을 미국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중국 ZTE와의 연습경기에서 그 실력을 보여준 미국은 이제 더 크고 중요한 화웨이라는 본게임에 임하려 한다. 오래전부터 천명해 온 대이란 금수조치 위반이니 게임의 명분마저 잘 설계되어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일본에 이르기까지 동맹국에는 암묵적 화웨이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크고 공부법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 급해진 시진핑도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달래보려 하고 있지만 외교적 수사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무역전쟁을 어찌 회피해도 지도부는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니 정치적 책임론 등 불안정이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심각한 부동산 버블과 과잉부채에 금융정책으로 버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편 미국 기업들은 무역전쟁 탓에 단기적으로는 흔들리겠지만, 많은 IT기업에 중국은 그저 신기루와 같은 존재다. 손절을 하더라도 치명상이 되지는 않는다. 트럼프도 이를 아니 멈출 기색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 영향 하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GDP 대비 대중국 수출 비중은 10%가 넘는다. 불확실성이 늘어나 중국 경제가 지쳐간다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멍하니 보는 일만큼이나 우리는 무기력해질 수 있다.

이미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현상은 심각하다. 시장이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기도 하고, 또 대중 무역에 편해서 우리 스스로 의도한 바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큰손들은 원화 약세를 싫어한다. 약세에 접어들고 있는 중국에 동조된다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주식 매각대금을 달러로 바꿔 털어버리려는 외국인들이 늘 것이고, 원화가 헐값에 팔려나가면서 다시 원화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고래들이 부딪히려 한다. G2에 의존하는 새우의 고민은 벽두부터 깊어만 간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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