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알루미늄 재활용이 공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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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제품은 자가 업그레이드는 물론 부품 교체시 특정 장비가 없으면 수리가 완료될 수 없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애플 하드웨어 발표회에서는 신형 컴퓨터 등 여러 신상품이 소개되었는데, 무려 30초간의 박수를 받은 부분이 있었다. 애플의 최신형 컴퓨터를 100% 재생 알루미늄을 써서 만든다는 발표 장면이었다.

베이징 애플스토어/연합뉴스

베이징 애플스토어/연합뉴스

기업과 개인이 사업과 생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량을 나타내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그 총량을 줄이자는 친환경 경영은 이처럼 환영받는다. 이번 발표도 얼핏 들으면 우리가 먹고 버린 맥주 깡통이 최신형 노트북으로 재탄생한다는 듯한 느낌이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것은 아니고 아이폰 등 다른 제품 생산과정에서 깎여 나온 알루미늄 파편들을 긁어모아 알루미늄 합금을 만들고 이것으로 컴퓨터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알루미늄은 근래의 전자제품에서는 단연 인기 있는 소재다. 조각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 덩어리 하나를 절삭 가공해 통으로 만드는 ‘유니바디’는 맥북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였다. 가볍고, 강하고, 열전달에 뛰어난 알루미늄은 플라스틱처럼 흉하게 늙지도 않기에 제품 고급화의 척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유니바디는 바로 채굴한 순도 높은 알루미늄 광석으로 만들어 왔음을 자랑해 왔다.

알루미늄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광물 중의 하나다. 널리고 널렸으니 신선하게 파서 쓰면 좋을 것 같지만, 분리해내기가 까다로운 금속이다. 전기분해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금이나 은보다도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발명 덕에 쉽게 알루미늄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바로 이 전기다. 알루미늄 제련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맥북 한 대는 흔하디흔한 광물로 만들어졌을지는 모르나, 실은 무거운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다행히도 알루미늄은 리사이클하기가 쉬운 고마운 광물이기도 하다. 제련 대비 리사이클링의 에너지 소비량이 수 %에 불과하여서, 재생하면 할수록 지구에는 도움이 된다. 하나의 회사 내에서 순환체제를 만들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전진이다.

2015년부터 알루미늄 차체를 채택한 포드의 픽업트럭의 경우도 이와 같은 순환체제를 자랑하고 있다. 차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다시 알루미늄 생산공장으로 보내, 이를 차체 생산을 위한 알루미늄 판을 만드는 데 다시 섞어 쓰는 것.

100% 재생 자재를 쓴다고 해도 특별히 가격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과 원가 절감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소비자도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순환체제를 직접 갖추지 않아도, 알루미늄처럼 재활용하기 좋은 것이라면 남은 찌꺼기는 늘 알뜰하게 팔아 왔을 테니 100% 재활용이 싸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원가 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 비싸도 재활용으로 탄소 소모를 줄인다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애플은 자신들의 소매 거점 100%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의 가로수길 매장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정말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한다면 알루미늄의 외관만큼 오래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텐데 갈 길이 멀다. 애플의 제품은 자가 업그레이드는 물론 사설 수리마저 점점 힘들어질 전망이라서다. 부품 교체시 특정 장비가 없으면 수리가 완료될 수 없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네 카센터에서는 수리할 수 없는 차란 믿고 오래 타기 힘든 일이다.

<김국현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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