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홈’ 출시, 국내 AI 스피커 시장 판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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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내에서도 드디어 AI(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이 출시됐다. 구글 홈은 미국에서 2016년 11월에 출시된 제품인데, 거의 2년 만에 국내 사용자들도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 스피커의 원조는 2014년 11월에 미국에서 출시된 ‘아마존 에코’다. 아마존 에코는 아마존의 쇼핑 및 콘텐츠 서비스와 연동돼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었으며 AI 스피커라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구글이 지난 10월 해외에서 발표한 신제품, 구글 홈 허브(Google Home Hub)

구글이 지난 10월 해외에서 발표한 신제품, 구글 홈 허브(Google Home Hub)

이후 구글, 애플이 차례로 AI 스피커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 AI 스피커 시장에서는 2018년 5월 기준으로 아마존이 약 6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는 구글(약 27%), 3위가 애플(약 4%)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마존은 한국에서 에코 사업을 하고 있지 않으며, 에코에 탑재된 AI 비서 ‘알렉사’도 한국어를 인식하지 못해 국내 시장에선 의미가 없다.

반면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업을 하면서 한국어 인식기술에 계속 투자해 왔으며, 현 시점에서는 다국적 IT기업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지원하는 AI 스피커를 출시한 상태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에서 구글의 경쟁자는 카카오, 네이버, SK텔레콤, KT 등이다. 국내 기업들과 비교해 구글이 유리한 점은 안드로이드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구글 홈에서도 동일하게 이용되고 있어 일관성을 제공하며 스마트폰과의 통합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메신저, 포털, 이동통신 등 각자 강점을 가진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AI 스피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각자 승산이 있다고 자부하는 모양새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AI 스피커는 단순한 질문/답변이나 콘텐츠 재생 등의 기능보다는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의 제공 및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기들과의 연동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AI 스피커를 플랫폼화함으로써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된 개발환경을 제공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한 상태다. 아마존 알렉사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5만개 이상이며,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 애플리케이션도 수천 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의 사용자들은 이러한 AI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해 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차량을 제어하고, 패션에 대한 조언을 얻고, 건강도 관리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는 아마존과 구글의 AI 스피커와 연동되는 수많은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저렴하게 출시되어 있다. 사용자들은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쇼핑몰에서 스마트 전등, 스마트 플러그, 스마트 스위치, 각종 스마트 센서 등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제품들은 국내 기업의 AI 스피커들과는 연동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장기적으로 AI 스피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의 주요 과제는 ①시장을 선도할 만한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②자사의 AI 비서와 연동되는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구글은 이 과제를 이미 해결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과연 어떤 국내 기업이 이 과제를 풀어낼지 지켜보도록 하자.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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