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우리 일자리를 뺏을 것인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테슬라의 자동화 실패, 협업 로봇 기업의 잇단 폐업은 우리가 느끼는 속도감에도 오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야망은 거대했다. 자동차 생산라인 전과정을 완전자동화하여 인간 이상의 생산속도를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그의 포부는 모델3 생산으로 향했다. 한 해 50만대 생산을 이 방식으로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야망은 좌절됐다. 투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모델3를 예약한 전세계 고객들로부터도 비난 세례를 받았다.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설화까지 겹치면서 그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끝내 이 말이 그의 입을 통해 터져나왔다.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

일론 머스크 | 경향DB

일론 머스크 | 경향DB

얼마 전에는 유망한 협력형 로봇 기업이 문을 닫았다. 리싱크 로보틱스라는 이 기업은 로봇 연구의 선구자 로드니 브룩스가 창업한 협업 로봇 제조사다. 로드니 브룩스는 MIT 교수로 로봇 개발에 일가를 이룬 명성이 자자한 연구자이기도 했다. 리싱크 로보틱스가 출시한 협업 로봇 소이어와 박스터는 미국 노동자 평균 연봉이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산업계를 평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인간과 협력 가능한 로봇의 유형이긴 했지만 공장노동자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공장을 구축해 일자리 위협을 최소화하는 세상을 꿈꿨다. 그의 이런 의지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 회사를 매각하는 시도조차도 거절당했다. 마지막까지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비단 그의 로봇만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은 아니다. 메이필드라는 유망한 사회적 로봇 기업도 지난여름을 끝으로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경험하고 있다.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을 차별하며 저임금을 유도하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정도다. 혹자는 4~5년 뒤엔 모든 인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것처럼 떠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레토릭 속에 대항권력으로서 인간의 의지나 노동과정의 복잡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인간은 그저 추풍낙엽처럼 힘 한 번 못쓰고 사라지는 무력한 존재들로 간주된다.

테슬라의 자동화 실패, 협업 로봇 기업의 잇단 폐업은 우리가 느끼는 속도감에도 오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공지능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무겁고 난해하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로봇조차도 작업장 안에서 자리잡기에는 아직 이르다. 값만 싸다고 공장 안으로 파고들 수 없으며, 정교한 알고리즘을 장착한다고 해서 역동적인 작업과정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도 없다. 오죽하면 인공지능 기술의 최강자라 평가받는 페이스북마저도 가짜뉴스 방어를 위해 1000명 이상의 모니터링 담당자를 고용했겠는가. 인간 지능의 진화 누적치는 새로운 기술 침투에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기술적 특이점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앞선 사례들처럼 수많은 변수들로 장벽 앞에 놓일지 모른다. 아니면 기술 만능주의자의 공상적 허언에 그칠 수도 있다. 예측과 전망은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휘황찬란한 기술적 낙관에 현혹될 필요도 없고 그것이 초래한 불안감에 과도하게 휘둘릴 이유도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인간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처럼 떠들어대는 목소리는 흘려듣는 지혜도 필요하다. 인간은 아직까진 위대하고 쓸 만하다.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