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이후 일자리 증가폭이 10만개로 줄어들더니 7월에는 5000개로 다시 감소했다. 지난 몇 해의 20만~30만개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어 심각한 상황이다. 올 1월부터 최저임금도 16.4%가 증가했으니 이 영향 때문이라고 의심할 만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심을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자리 숫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구증가율의 둔화나 고령화 같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추세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침체나 구조조정 같은 경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과 같은 정책의 영향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영향만을 구분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학에 계량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까다로운 과목이다. 이 학문의 목표 중 하나가 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학적 기법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요인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해 보면 직관과 다른 결과들이 수도 없이 발견된다. 그래서 이런 분석을 많이 하는 경제학자들은 섣불리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분석방법이나 변수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석의 엄밀성을 높이려는 연구도 계속 이어진다. 급기야는 정책효과 검증을 위해 자연과학에서 쓰이는 실험의 방법까지 사용한다.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별하여 한 집단에만 정책을 실시하고 다른 집단에는 실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중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한다.
최근 일부 언론과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일자리 증가 둔화가 최저임금 탓이라고 용감하게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최저임금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여러 증거들이 있다. 예를 들어 15~29세의 취업자가 5만명가량 줄어든 것을 두고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최저임금 탓이라기보다 이 연령대 인구가 14만명이나 감소한 탓이 더 크다. 그 결과 고용률은 오히려 0.2%포인트 상승했다. 즉 장기 추세의 영향이다. 또 자영업자의 감소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하는데,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7만명 늘어나고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0만명 이상 줄었다. 건설업의 부진으로 포클레인 기사 같은 사람이 일자리를 못 찾은 것이다. 이는 경기둔화의 영향이다.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약 13만명 줄었는데, 이것도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2016년 하반기에도 유사한 구조조정이 있었고 그때도 제조업에서 비슷한 규모의 감소가 있었다.
언론에 학문 수준의 엄밀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이런 통계는 모두 보도자료에 나오는 것이다. 객관적 분석 대신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우연의 일치를 인과관계라고 확신하는 것은 17세기 뉴턴 시대 이후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적 사고의 성과를 뒤집고 미몽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