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회가 세계 최대 규모인 명성교회의 교회 세습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려 교회 안팎이 시끌벅적합니다. 이 교단이 만들어 시행 중인 ‘세습 방지법’에서 규정하는 세습 대상자는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 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다툼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2015년 후임을 결정하지 않은 채 은퇴한 김삼환 목사의 뒤를 이어, 2017년에 그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한 것에 대해 ‘세습 방지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지요. 15인이 참여한 총회 재판국은 8대 7로 적법 판결을 내렸습니다. 적법 쪽 주장은 이 법의 ‘은퇴하는’이란 규정은 ‘은퇴한’과 다르기 때문에 김삼환 목사는 이미 2년 전에 ‘은퇴한’ 목사임으로 세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위 탓인가요?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20~30명이 겨우 모이는 농어촌이나 도시 변두리의 미자립교회 교인들의 마음의 상처도 말할 수 없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종교적 신념으로 헌신하는 수많은 교역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대형교회의 권력과 돈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총무원장 탄핵사태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학력 위조나 은처 등 불미스러운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부정한 힘으로 밀어붙여 설정 스님을 총무원장에 당선시킨 세력의 핵심이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란 사실은 불교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자기 편 인물로 총무원장 자리를 잇게 함으로써 실질적 권력의 세습을 노린 것이지요.
언론의 탐사보도나 설조 스님 등 불교 개혁세력의 투쟁 등으로 설정 스님이 도저히 더 버티지 못하자,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결정한 것도 자승 스님 세력이지요. 이에 불만을 품고 저항하자 퇴진 압박을 받을 때는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던 조계종 중앙종회(국회에 해당)가 오히려 스님을 탄핵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조그만 산사 등에는 등산객 외엔 신도들의 발길이 아주 뚝 끊겼다고 말사나 암자의 스님들은 땟거리마저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표적 종교인 기독교나 불교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는 돈과 권력이 최고의 가치인 천박한 자본주의가 종교에까지 침투한 것을 보여줍니다. 종교가 사회를 위로하며 올바르게 인도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적폐 중에 적폐입니다.
본분을 팽개치고 스스로 정한 법을 유린하며 세력 간의 유착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행태가 ‘양승태 대법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아니 그걸 그대로 배운 것 같아 서글프고 화가 납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