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정치·경제 체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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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후변화와 정치·경제 체제의 전환

111년 만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폭염과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수많은 재앙을 발생시킨다.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들은 침수 위험에 노출되는데, 전 세계 도시의 3분의 2가 바닷가 근처에 있다. 심각한 문제다. 또한 장기간에 걸친 심층해양의 대류현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극지방에서 높은 농도의 염분이 가라앉으면서 대류현상의 모터 역할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멕시코만의 난류가 유럽까지 올라가게 됨으로써 비교적 따뜻한 유럽의 겨울이 가능했다.

하지만 극지방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민물이 유입되어 염분의 농도가 묽어지고, 대류현상의 동력이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멕시코만의 난류가 유럽까지 올라가지 못하게 되며 유럽은 매우 추운 겨울을 맞을 수 있다. 다수 연구에 의하면 전망은 암울하다. 지구 평균기온 2도를 넘기게 되면 아무리 온실가스를 감축해도 지구생태계에 내재되어 있는 ‘환류 체계’ 때문에 수십 년 내로 기온이 4~5도 오르게 되고 해수면은 10~60㎝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공룡이 멸종했다고 하는 빙하기 때와 현재의 기온차이가 대략 6도인 것을 감안해보면, 인류를 포함한 대다수 생명체가 대규모로 멸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지구는 이미 다섯 번이나 대규모 생명체가 멸종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전 세계는 지구평균기온을 산업혁명기 기준으로 2도 이하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7년 6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에서 탈퇴함으로써 합의 달성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 추세로 돌려놓겠다고 했지만 토건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분의 해외 감축부분을 줄이고 국내 감축분을 늘렸지만 원래의 목표치(2030년 BAU 대비 37%)는 그대로고 구체적인 정책수단이나 연차별 부처의 로드맵은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폭염대책으로 전기세 누진제 일시 완화를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뿐더러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잡고 수요관리를 해야 한다. 저소득가구에는 에너지 바우처 제공이나 소득보조 등 직접보조를 하는 것이 맞다. 기후변화는 근대적 발전체계를 뒤집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다. 대의제 선거제도나 후원금에 종속되어 있는 현재의 정치·경제시스템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자본의 전횡과 ‘무한한 경제성장’ 신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회적·생물학적 약자의 목소리를 유효하게 대변할 수 있는 정치·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첨제 선거,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시민자산화 등 다양한 정치·경제적 실험이 현실화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폭염보다 더 극심한 고통 속에서 힘들게 견디다가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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